경제

코스피·코스닥 3% 안팎 급락…미 기술주 조정에 변동성·인버스 ETN 급등

임서진 기자
입력

11월 21일 오전 국내 증시가 3% 안팎 급락세를 보이며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급랭한 여파가 그대로 전이된 데다, 그간 누적된 밸류에이션 부담과 고금리·고환율, MSCI 지수 정기변경 이슈가 맞물리며 투자자 부담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AI·반도체 랠리 이후 과열 신호가 겹치던 시점이어서 조정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 향후 FOMC와 글로벌 기술주 흐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16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4% 내린 3,851.12를 기록 중이다. 장중 최고 3,911.55까지 올랐다가 시가 이후 낙폭을 키우며 저점 3,838.70까지 밀리는 흐름이다. 상승 종목은 68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825개, 보합은 18개로, 하락 종목이 압도하는 전형적인 역배열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4,523억 원 순매수에 나서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으나, 외국인이 6,145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1,532억 원 순매수로 외국인 매도 물량 일부를 받아내는 구도다.

[표] 11월 21일 증시 시황
[표] 11월 21일 증시 시황

코스닥지수도 3.13% 하락한 864.06을 가리키며 860선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승 종목은 130개, 보합 50개, 하락 종목 1,518개로 시장 대부분이 동반 약세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순매도, 외국인이 순매수로 엇갈린 수급을 보이지만, 지수 전반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 하락장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전날 뉴욕증시의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나스닥 종합지수 등 뉴욕 3대 지수는 장 초반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계기로 1∼2%대 급등했으나, 오전 11시 전후로 AI 거품 논란이 재부각되며 모두 하락 전환해 약세로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대 급락했고, 엔비디아 주가도 장중 5% 넘게 오르다가 되돌려 3%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 등 여러 자산시장에서 밸류에이션 부담과 급락 위험을 언급한 점,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를 가정해도 주가수익비율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S&P500 기준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 달러 이상이 증발했고,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 VIX는 11% 넘게 급등해 26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뉴욕발 기술주·반도체 조정과 변동성 급등이 서울 증시에 직격탄을 날리며, 반도체와 성장주 비중이 큰 코스피·코스닥에 동시다발적인 매도 압력이 쏠리고 있다.

 

국내 내부 요인도 조정 압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AI·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4,100선을 돌파하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수 조 원 단위의 매매를 반복하며 변동성을 누적해 왔다. 외국인은 9월 19일 -1조9,020억 원, 9월 17일 -1조8,022억 원 순매도 이후 9월 16일 1조5,791억 원, 9월 12일 1조6,237억 원 순매수로 방향을 바꾸는 등 하루 단위로 1조 원 안팎의 롤러코스터 매매를 이어왔다. 기관 역시 9월 18일 59조712억 원, 9월 12일 70조8,333억 원 순매수, 9월 23일 -22조3,882억 원 순매도 등 대규모 거래를 반복하며 시장 변동성을 높였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린 데 따른 고금리 장기화 부담,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 11월 MSCI 지수 정기변경을 앞둔 대형주 중심 리밸런싱 수급이 겹치며, 오늘과 같은 대형 성장주 중심 지수 급락이 한꺼번에 표면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최근 AI·반도체를 둘러싼 기대가 단기간에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글로벌 기술주 조정을 계기로 차익 실현과 포지션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간이라며 수급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지수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부분 업종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도로와철도운송 업종만이 예외적으로 상승세다. 도로와철도운송 업종 지수는 1.11% 오르며 시장 전체가 3% 안팎의 급락을 겪는 중에도 홀로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전반에서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수 배 이상 웃도는 상황이어서,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인터넷, 바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이 일제히 조정을 받는 구도가 뚜렷하다. 도로와철도운송 업종의 상대적 강세는 고속버스·운송 관련 개별 종목의 상한가와 급등에 따른 지수 효과로, 경기 모멘텀보다는 개별 재료와 수급에 의해 업종 차별화가 나타나는 장세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테마별로는 코스닥에서 핵융합에너지와 2025 하반기 신규상장 관련 테마가 시장 약세와 무관하게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테마는 13.42% 급등 중으로, 비츠로넥스텍이 상승 종목으로, 모비스가 보합권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5 하반기 신규상장 테마도 1.99% 오르며 상대적 강세다. 이 테마에서도 비츠로넥스텍과 비엔케이제3호스팩이 나란히 상승 종목으로 묶여 있다. 전반적인 지수 급락과 대형 성장주의 조정 속에서 신규 상장주, 공모주, 미래 에너지 관련 고변동성 테마로 단기 투자 자금이 몰리며, 핵융합에너지와 신규상장이 오늘 코스닥 변동성의 중심 축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코스피에서는 미국 VIX 지수와 연동된 변동성 ETN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N이 동반 급등하고 있다. 변동성·인버스 상품을 향한 수급이 테마 단위로 강화되면서 위험 회피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매가 활발해졌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수 급락 국면마다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리는 투기적 수요가 개별 종목 분석을 약화시키고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도로·고속버스 관련주와 변동성·인버스 ETN들이 하락장 속 정반대 방향 흐름을 연출 중이다. 동양고속은 3,630원(29.98%) 오른 15,740원으로 상한가에 도달했고, 천일고속도 19,100원(29.89%) 급등한 83,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 종목이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도로와철도운송 업종 전체를 끌어올리는 한편, 교통·운송주가 급락장 속 대표 방어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 밖에 참엔지니어링이 17.64% 오른 1,247원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미래에셋 -2X 미국 AI TOP3 ETN이 12.04% 급등한 13,265원에 거래되는 등 일부 ETN과 개별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성 연계 상품인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 B는 10.01%, 한투 S&P500 VIX S/T선물 ETN H B는 9.65%, 미래에셋 S&P500 VIX S/T 선물 ETN H는 9.64% 각각 올라 10%에 근접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키움 인버스 2X K방산 TOP5 ETN 9.46%, 신한 인버스 2X 코스피 200 선물 ETN 9.29% 등 인버스·레버리지 상품도 동반 급등하며, 코스피에서는 고속버스 관련 상한가 종목과 함께 변동성·인버스 ETN들이 대표 급등주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종목은 없지만, 급등주를 중심으로 한 변동성은 코스피 못지않다. 비츠로넥스텍은 9,330원(135.22%) 급등한 16,230원으로 하루 만에 주가가 두 배를 훌쩍 넘었고, 비엔케이제3호스팩은 1,055원(52.75%) 오른 3,055원까지 치솟으며 공모·스팩 관련 자금 유입을 보여주고 있다. 색조 화장품주 삐아는 1,600원(16.99%) 오른 11,020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그린생명과학은 10.77% 오른 4,320원에 거래되는 등 일부 중소형 성장주에서 두 자릿수 급등이 연이어 나타나는 모습이다.

 

삼현 9.98%, 신라섬유 8.02%, 본느 7.44%, 석경에이티 7.16%, 노랑풍선 6.91%, 링크드 6.47% 등도 6∼1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여행·소비, 섬유, 바이오 소재, 플랫폼 등 다양한 업종의 개별주가 테마를 가리지 않고 단기 매수세를 타고 있다. 지수는 3% 넘게 밀리고 있지만 신규상장, 핵융합에너지, 소비, 바이오 등 고변동성 종목군에서는 급등 랠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며 지수와 개별 종목 흐름이 완전히 갈라진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과 연관성이 거론되는 ETF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KODEX 200은 4.43% 하락한 54,090원, KODEX 코스닥150은 3.58% 떨어진 15,0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 ETF가 각각 코스피·코스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3%대 지수 급락이 가격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다른 지수·섹터 ETF를 보면 KODEX AI반도체가 7.02% 급락한 15,505원, KODEX 반도체가 6.70% 하락한 52,540원으로, 반도체·AI 관련 ETF들이 지수보다 더 큰 조정을 받고 있다. 방산·국방 테마를 담은 PLUS K방산은 4.70% 떨어진 49,785원, KODEX 200TR은 3.96% 하락한 19,505원으로 코스피 현물과 비슷한 폭의 조정을 기록 중이다. 반면 TIGER KRX금현물은 0.31% 오른 13,045원을 기록하며 금 현물 가격에 연동된 특성상 위험 회피 수요를 반영해 오늘 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는 ETF로 주목받고 있다. WON K-글로벌수급상위는 3.37% 하락한 10,765원으로, 글로벌 수급 상위 종목을 담은 ETF 역시 수급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종합하면 11월 21일 오전 국내 증시는 미국발 기술주 조정과 밸류에이션 부담, 고금리·고환율, MSCI 리밸런싱 이슈가 동시에 작용하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 안팎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에서는 동양고속·천일고속 상한가와 변동성·인버스 ETN 급등이, 코스닥에서는 비츠로넥스텍·비엔케이제3호스팩을 중심으로 한 핵융합에너지·신규상장 테마 급등이 지수와 정반대 방향 흐름을 만들고 있다. 주요 지수·섹터 ETF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금 현물 ETF만이 안전자산 선호를 반영해 소폭 상승 중이다. 시장에서는 정책금리, 글로벌 기술주 흐름, 변동성 지수 추이를 확인하며 당분간 리스크 오프와 단기 트레이딩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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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동양고속#비츠로넥스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