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우주·바이오까지"…한일, 16년 만에 과학기술협력위 재가동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정부가 16년 만에 과학기술 협력 채널을 복원했다. 양국이 인공지능과 우주 등 첨단기술을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과거 경색됐던 관계를 미래 기술 협력으로 풀어가려는 구상도 다시 부각됐다.
외교부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제14차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는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 전반을 총괄 논의하는 정부 간 공식 협의체다. 2009년 제13차 회의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 9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재개에 합의하면서 16년 만에 회의가 재가동됐다.

한국 측 수석대표로는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이 참석했다. 대표단에는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관계자가 참여해 범정부 협력 채널을 구성했다. 일본 측에서는 가와무라 히로시 일본 외무성 과학기술협력대사가 수석대표를 맡았고, 외무성, 내각부, 총무성,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등 관계 부처 인사가 대표단에 포함됐다.
한민영 국장은 모두발언에서 한일 관계의 전환 국면과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를 동시에 거론하며 협력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고 평가하면서, 양국이 보유한 높은 기술 역량을 토대로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대표단은 회의에서 인공지능 AI, 양자기술 퀀텀, 우주,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의 정책 현황을 각각 공유했다. 이어 분야별로 양자 및 다자 협력 강화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정부 간 정책 공조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다자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력 구조도 논의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양국은 첨단 분야에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감안해, 기술 탈동조화 방지와 공급망 안정, 연구 인력 교류 등 현실적인 협력 의제를 중심으로 접점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이나 합의 내용은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15차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양국은 협력위원회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하면서, 중장기 협력 로드맵 마련을 위한 후속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한일 과학기술협력위원회 재가동을 계기로 과학기술 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한편,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제도적 협력 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외교 당국은 향후 회의에서 논의되는 의제와 합의 수준에 따라 동북아 기술 협력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정례 협의 채널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