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괴사할 때까지 방치”…30대 부사관 아내 사망으로 본 돌봄 공백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30대 여성 A씨가 온몸에 구더기가 생길 정도로 방치된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가족 돌봄과 군 내부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씨 유족은 “단순 유기가 아니라 방치에 의한 살인”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 육군 기갑부대 소속 30대 부사관 B상사를 배우자를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해 군사경찰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22일 전했다. 사건은 B상사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A씨가 심각한 욕창과 감염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이송 과정에서 한차례 심정지를 겪었고,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18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군 수사당국은 B상사를 구속하고 A씨가 방치된 구체적 경위와 기간, 의료 조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 초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욕창이 생겼음에도, 남편인 B상사가 치료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A씨가 발견 당시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은 상태였으며 “몇 달 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A씨의 종아리는 “구멍이 날 정도로 썩어 있었고 구더기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또 “생식기부터 꼬리뼈, 허벅지 안쪽까지 모두 괴사한 상태였고, 겨드랑이와 어깨 밑에도 구멍이 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 비교적 통통했던 A씨가 “뼈가 보일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고도 덧붙였다.
가족들은 그동안 A씨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B상사가 이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B상사는 장모에게 “잘 돌보고 있다”, “아내를 잘 챙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안심시켰다. 가족들이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면 “아내가 공황장애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발작하며 쓰러진다. 가족들이 집에 오면 죽겠다고 한다”고 하며 방문을 만류했다는 것이다.
B상사는 조사 과정에서 “아내가 탈취제와 인센스 스틱(향)을 머리가 아플 정도로 피워서 썩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이 진술의 신빙성과 실제 생활 환경, 방치 기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 조사와 추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유족들은 A씨의 상태와 방치 기간 등을 근거로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족 측은 “단순 유기가 아니라 사실상 방치에 의한 살인”이라며 “어떻게 성인이 저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군과 수사기관을 향해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군 수사당국은 B상사의 구체적인 돌봄 책임 범위, 의료기관 방문 여부, 부대와 상급자의 인지 가능성 등을 포함해 조사 중이다. 군 관계기관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정신적·신체적 취약 상태에 놓인 가족이 사실상 배우자 한 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 접촉과 외부 감시 장치가 부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위험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군 내부에서의 부대원 가정 실태 파악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구성원과 가족에 대한 지원 체계 강화 요구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군 수사당국은 부검 결과와 추가 증언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와 법적 책임 범위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혐의 적용과 처벌 수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