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도 저작권 아래 둔다”…워너뮤직, 유디오와 라이선스 체결에 소송 정리까지
현지시각 기준 19일, 미국(USA) 뉴욕 등지에서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그룹과 음악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유디오(Udio)가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하고, 양측을 둘러싼 저작권 소송 문제를 함께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음악 산업과 AI 업계 간 갈등이 소송에서 수익 공유 체제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며, 국제 음악·콘텐츠 시장 전반에 직접적 파장을 낳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9일 FT 보도에 따르면, 세계 3대 메이저 음반사 가운데 하나인 워너뮤직은 유디오가 자사가 보유한 음원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그 대가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받는 구조에 합의했다. 유디오는 이 계약을 토대로 이용자가 워너뮤직 보유 음원 등을 활용해 직접 노래를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구독형 AI 음악 서비스를 내년 중 출시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워너뮤직이 유디오에 음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음원을 보유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전 동의가 필수적이다. 워너뮤직 산하에는 마돈나(Madonna), 찰리XCX(Charli XCX), 에드 시런(Ed Sheeran) 등 글로벌 팝스타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이들의 음원이 어떤 방식으로 AI 기반 구독 서비스에 편입될지가 업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계자들은 또 양측이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일환으로 제기됐던 저작권 관련 소송도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했다. 미국(USA) 레코드산업협회(RIAA)는 지난해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등 주요 레이블을 대리해 유디오와 또 다른 AI 음악 스타트업 수노(Suno)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음반사 측은 두 스타트업이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음원을 무단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AI와 음악 산업의 충돌은 과거 디지털 전환기 경험과 맞물려 있다. FT는 2000년대 초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Napster) 파동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글로벌 음반 업계가, AI 기술 확산 국면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저작권과 보상 체계를 선제적으로 다듬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무단 파일 공유에 뒤늦게 대응했던 경험이 메이저 레이블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니버설뮤직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였다. 유니버설뮤직은 지난달 유디오와의 음원 저작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유디오가 준비 중인 구독형 AI 음악 서비스에 유니버설뮤직 보유 음원도 포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뮤직에 이어 유니버설뮤직까지 유디오와 합의를 선택하면서,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들이 AI 기업과의 갈등을 소송보다는 계약 기반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음반사들은 그동안 각종 AI 기업들과 협상을 이어가며 음원 사용 범위, 데이터 학습 방식, 수익 배분 원칙 등을 포함하는 저작권 보상 구조 마련에 주력해 왔다. 워너뮤직은 같은 날 이미지 생성 AI 업체 스태빌리티AI(Stability AI)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음원뿐 아니라 아티스트 이미지와 시각 콘텐츠 영역에서도 유사한 계약 모델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콘텐츠 산업 전반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아티스트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FT에 따르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케이트 부시(Kate Bush), 애니 레녹스(Annie Lennox) 등 상당수 영국(UK) 출신 뮤지션들은 AI 생성 음악에 대해 여전히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아예 소리가 담기지 않은 이른바 무음 앨범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AI가 창작자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의 없는 데이터 학습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맞물려 있다.
워너뮤직 산하 레이블 애틀랜틱 레코즈(Atlantic Records)의 엘리엇 그레인지(Elliot Graing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FT와의 인터뷰에서 음반사가 소속 아티스트들을 위해 최선의 계약을 성사시킬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들은 과거의 실수에서 배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냅스터를 비롯한 초기 디지털 음원 확산기 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AI 시대에는 출발선부터 제도적·계약적 안전장치를 구축하겠다는 업계 기조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여론과 주요 매체들은 이번 합의를 전통 음악 산업과 AI 기술 기업 간 관계 재정립의 분수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등 미국 언론은 메이저 음반사들이 AI를 아예 배척하기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고 수익화하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관련 보도에서 영국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 논의, 유럽연합(EU)의 AI 규제 움직임과 함께 이 사안을 다루며, 국가별 규제 환경 차이가 글로벌 AI 음악 서비스의 설계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너뮤직은 유디오와의 계약 및 소송 해결 과정에 대해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유디오 측 역시 즉각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다만 주요 음반사와 AI 기업 간 라이선스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다른 생성형 AI 스타트업과도 유사한 합의 모델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범위, 아티스트 개별 동의 절차, 수익 배분의 투명성 등을 둘러싸고 세부 협상이 계속되면서도, 산업 전반의 기본 방향은 소송 대신 계약과 규범 설정을 통한 공존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가 실제 서비스 설계와 아티스트 권리 보호 장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향후 음악·콘텐츠 산업의 AI 활용 모델을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