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래대금 하루 새 43.8% 증발”…한국 코인시장, 글로벌 긴축 속 혼조장 심화

조민석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11월 23일 새벽, 한국(Korea)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 만에 거래대금이 40% 넘게 줄어드는 급격한 위축이 관찰됐다. 미국(USA)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경로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이 글로벌 코인 가격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도지코인·파이코인만 소폭 반등하는 ‘거래량 실종형 혼조장’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기 급락 이후 관망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얼마나 짙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월 23일 오전 7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5조 534억원으로 전일보다 3조 9,378억원 줄어 43.8% 감소했다. 이틀 전 9조원을 넘겼던 일일 거래대금이 하루 사이 5조원대로 내려앉으면서, 단기 급락 이후 매수·매도 세력 모두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거래소별 비중을 보면 업비트가 3조 6,776억원으로 72.8%, 빗썸이 1조 2,783억원(25.3%), 코인원이 795억원(1.6%), 코빗이 17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종목별로 보면 대형 코인 약세와 일부 알트코인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관찰된다. 업비트 기준 최근 24시간 거래액 상위 10개 종목은 인튜이션, 모멘텀, 엑스알피리플, 비트코인, 솔레이어, 테더, 플루이드, 이더리움, 제로지, 솔라나 순이다. 이 가운데 인튜이션은 6,743억원어치가 거래되며 44.25% 급락했고, 솔레이어는 35.58% 상승, 플루이드는 23.30% 상승하는 등 일부 알트코인에 단기 투기성 자금이 집중됐다. 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XRP, 솔라나는 모두 1% 안팎 약세를 보이며 대형 코인 중심으로는 뚜렷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았다.

 

빗썸에서도 테더, 인튜이션, 리플 XRP, 비트코인, 모멘텀, 솔레이어, 이더리움, 솔라나, 스타크넷, 도지코인 순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스테이블코인 테더가 거래 1위를 차지하고, 인튜이션·모멘텀 등 변동성 종목이 상위권에 포진한 점은 업비트와 유사하다. 두 거래소 모두 일부 고위험 알트코인에서 단기 회전이 이어지지만,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줄어 유동성이 얕아진 조정 국면이 이어지는 구조다.

 

글로벌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비트코인 쏠림이 더욱 두드러진다. 코인마켓캡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2,479조 5,102억원, 2위 이더리움은 489조 1,760억원, 3위 테더는 271조 1,096억원 규모다. 뒤이어 리플 XRP 171조 8,428억원, 비앤비 168조 3,553억원, 유에스디코인 108조 7,831억원, 솔라나 104조 4,107억원, 트론 38조 1,326억원, 도지코인 31조 2,558억원, 에이다 21조 2,485억원 순이다. 상위 3개 종목이 전체 시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리플 XRP·도지코인·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동조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거래 통화별로 보면 글로벌 자금 흐름은 여전히 달러 중심이다. 코인힐스 집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비트코인 거래를 통화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미국 달러는 6조 1,064억원으로 비중 88.79%에 달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원화는 3,109억원(4.52%)으로 2위, 일본 엔은 2,935억원(4.27%), 유로화는 756억원(1.10%)이었다. 원화 비중이 4%대 중반을 유지하며 글로벌 비트코인 현물 거래에서 한국 시장이 여전히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 유동성의 대부분은 달러가 좌우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세 기준으로는 비트코인의 약세가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22일 기준 1억 2,713만원으로 전일보다 91만원(0.71%) 하락했다. 지난 50일간 최고가는 10월 8일 1억 7,801만원, 최저가는 11월 22일 1억 2,713만원으로, 현재 가격은 50일래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달러 기준으로도 비트코인은 10월 사상 최고가 근처에서 정점을 찍은 뒤 한 달여 사이 약 25% 조정을 거치며 11만달러대에서 8만달러 중반대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현물·선물 시장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청산됐고, 현물 ETF에서 수십억달러 규모 순유출이 발생하면서 매도 압력이 가중됐다.

 

이더리움 역시 비트코인과 비슷한 경로로 하락했다. 업비트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4,147,000원으로 전일 대비 16,000원(0.38%) 내렸다. 지난 50일 기준 최고가는 10월 6일 6,672,000원, 최저가는 11월 22일 4,147,000원으로, 이 역시 50일 최저 수준이다. 달러 기준으로는 11월 초 3,8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이더리움이 3,100달러대를 거쳐 현재 2,700달러대 중후반까지 밀렸다. 스테이킹 물량이 전체 공급의 약 30%를 넘어가고 레이어2 롤업 생태계 확장으로 네트워크 활용도가 높아지는 구조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ETF에서 10억달러 이상 순유출이 발생하고 L2로 트래픽이 옮겨가며 메인넷 수수료와 소각량이 줄어든 점이 가격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리플 XRP도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기준 리플 XRP 가격은 2,916.0원으로 전일보다 18.0원(0.61%) 하락했다. 지난 50일간 최고가는 10월 6일 4,262.0원, 최저가는 11월 22일 2,916.0원으로 현재가가 곧 50일 최저가다. 달러 기준으로는 2.0~2.6달러 박스권 상단에서 고점 부담을 소화하는 구간에 있으며, 11월 초 2.51달러 안팎에서 횡보한 뒤 한때 2.25달러까지 밀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장기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며 3달러 재도전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RLUSD 도입 가능성이 호재로 거론되지만,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 상방 모멘텀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온체인 데이터상에서는 1억~10억 XRP를 보유한 이른바 ‘메가 고래’ 주소의 순매집이 늘고 있으나, 단기 투자자와 일부 장기 보유자가 동시에 매물을 내놓으며 지지와 저항이 뒤엉킨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도지코인은 다른 메이저 코인과 다소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비트 기준 도지코인 가격은 11월 22일 211.0원으로 전일 대비 1.0원(0.48%) 올랐다. 지난 50일 기준 최고가는 10월 6일 379.0원, 최저가는 11월 21일 210.0원으로, 최근 가격은 50일 최저점 대비 약 0.5% 반등한 수준이다. 별다른 호재 뉴스 없이도 밈코인 특유의 투기적 수급이 단기 저점 인식과 결합하면서, 메이저 코인이 약세를 보이는 동안 일부 단기 자금이 도지코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트코인 중 파이코인은 개별 재료에 힘입어 독자적인 강세를 시도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파이코인은 전일 대비 2.04% 오른 351.6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직 주요 중앙화 거래소 상장과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되지 않은 과도기 자산인 만큼 소량 자금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변동성 관리 필요성을 지적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11월 들어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등 주요 코인 가격은 연중 고점 부근에서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11월 초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약 3조 7,1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된 뒤 7일 기준 일주일 수익률이 –1% 안팎으로 내려섰고,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탐욕 지수도 33 수준의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여기에 미국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미국 정부 셧다운 여파로 2,000억달러 이상이 재무부 일반계정(TGA)에 묶이는 등 단기 유동성 경색 요인이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의 할인율이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셧다운이 해소될 경우 이 자금이 다시 풀리며 위험자산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과, 그 전까지는 유동성 경색과 재유입 기대 사이의 시간차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시장 구조 변화도 가격 조정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070억달러를 넘었고, 현물 비트코인 ETF에는 300억달러 안팎, 기업 디지털 자산 금고에는 1,370억달러 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세 채널을 합치면 6,400억달러 이상 유동성이 암호화폐 생태계 안에서 순환하고 있으나, 신규 자금 유입보다 기존 자금이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도지코인과 AI·디파이·밈코인 섹터를 오가며 ‘로테이션 장세’를 만드는 힘이 강해졌다. 이 때문에 지수 전반을 끌어올리는 동력은 약해지고, 개별 종목의 단기 급등·급락이 반복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

 

ETF와 규제 이슈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미 기관 자금의 주요 진입 통로로 자리 잡았고, 이더리움·리플 XRP ETF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디지털 자산 회계·공시 기준 정비는 추가 랠리를 촉발할 잠재력이 있다. 동시에 기대가 선반영된 상태에서 실제 승인 이후 자금 유입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되돌림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0월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이후 시장 유동성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일부 마켓메이커의 호가 제공 축소 루머까지 겹치며 호가 공백이 넓어지고, 작은 뉴스에도 가격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비선형 시장’ 특성이 강화된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내 투자자에게는 방어적이면서도 선택적인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경로와 ETF 자금 방향이 단기 가격 변동의 핵심 변수인 만큼, 연준 회의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전후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1억 2,000만~1억 3,000만원 구간이 단기 지지권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 구간 이탈 시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할 매수·분할 매도 중심의 보수적 매매가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더리움은 글로벌 3,000달러, 국내 400만원 안팎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거론되는 만큼, 중장기 투자자는 스테이킹 수익과 네트워크 펀더멘털을 고려해 비트코인 대비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기보다 조정 시점별 분할 매수 전략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리플 XRP·도지코인·파이코인 등 알트코인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큰 만큼 소액·단기 위주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리플 XRP는 고래 매집과 ETF 기대감이라는 구조적 호재가 있지만, 박스권 상단에서 매물 부담이 커 추격 매수보다는 박스 하단에서의 분할 매수와 이벤트 전후 차익 실현을 병행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도지코인은 밈코인 특성상 기술적 지표와 무관하게 급등·급락이 반복될 수 있어 레버리지를 피하고 손절·익절 가격을 사전에 설정하는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파이코인은 유동성과 정보가 제한된 과도기 자산인 만큼, 원금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험적 비중으로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종합하면 현재 글로벌 코인시장은 금리, ETF, 유동성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가운데 거래대금 급감과 변동성 확대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조정 국면에 놓여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이지만 ETF와 제도권 편입 기대가 중장기 상단을 지지하는 구조로 평가되고, 도지코인·파이코인은 개별 재료와 투기 수급에 따라 시장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유동성 회복 신호와 ETF 자금 유입 방향, 온체인 데이터상 고래 보유 패턴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레버리지 축소와 현금 비중 확대, 메이저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변동성 국면을 견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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