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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 부는 철원 한탄강”…쌀쌀한 가을, 자연과 역사를 걷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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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이 갑자기 쌀쌀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장 깊은 풍경을 찾는다. 예전엔 철원 하면 접경지의 무거운 이미지만 떠올랐지만, 지금은 매서운 바람 따라 거닌 한탄강의 절경이 일상의 쉼이 된다.

 

북한과 맞닿은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이곳에는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는 넓고 깊은 자연이 있다. 13일 오후, 철원엔 잔잔한 비와 북풍이 내려 앉았다. 기온은 12.8도, 어제보다 훨씬 차가워진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러다 보니 산책길을 찾는 이들의 옷차림도 두터워졌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철원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철원

한탄강을 따라 걷는 이들은 SNS에 초가을 풍경을 나누곤 한다. 철원군 동송읍의 고석정에는 신라 진평왕이 세웠다는 전설의 정자와, 임꺽정이 은신처로 삼았다는 역사의 흔적이 동시에 머문다. 고석암이 뚜렷하게 솟아오르고, 그 아래 굽이치는 한탄강 물길 사이로 가을빛이 흐른다. 깨끗하게 정비된 산책로에서 강바람과 낙엽 소리를 함께 듣는 풍경은 오롯이 지금만의 매력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탄강 일대는 해마다 늘어나는 여행객과 산책객으로 붐빈다. 국내 유일 강 중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한탄강은 현무암 주상절리와 협곡이 만들어내는 비현실적 풍경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자연을 찾아 떠나는 가족, 혼행객 모두가 탐방로에서 발길을 멈춘다. 실제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니, 맑은 공기를 가득 들이쉬는 사람들 표정엔 가까운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지역의 맛과 체험도 깊어진다. 철원 김화읍에 자리한 비네본 치즈체험장에서는 갓 착유한 유기농 원유로 치즈와 피자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치즈 4종과 스트링치즈가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퐁듀 체험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이국적 체험은 미각과 감성 모두를 채운다. “금방 만든 치즈를 먹으며 계절을 느낀다는 게,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남는 순간이었다”고 체험객은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북쪽의 쌀쌀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 계절, 한탄강 풍경을 꼭 걸어보고 싶다”, “치즈만큼 철원의 자연이 진하다”는 말들이 쌓인다. 누군가는 “아무 목적 없이 걷고, 천천히 숨을 쉬는 날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자연과 경험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이라 말한다. 집 밖 계절을 직접 느끼고, 땅의 의미와 미각을 동시에 만나는 여행은 단순히 놀이나 휴식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되찾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그 속에서 일상은 조금씩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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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한탄강#고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