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허깅페이스 공개…정부, 톱10 도전 교두보로 삼는다
국가대표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이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첫 검증에 나선다. 정부 주도로 개발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들이 이달 중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되면서, 다운로드 수와 인용 지표, 벤치마크 성능을 놓고 세계 개발자들의 평가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내년 1월 진행되는 첫 성과 평가의 핵심 근거로 활용하고, 검증 과정을 통해 기술 성숙도를 높여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10위권 모델 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독파모 프로젝트가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국내 AI 인프라와 산업 구조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참여한 5개 컨소시엄이 이달 안으로 개발 중인 모델을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에 공개한다. 컨소시엄에는 네이버,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국내 대표 AI 기업들이 참여해 고성능 언어 모델과 멀티모달 모델 등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정부 내부 심사위원단의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세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허깅페이스에서 측정되는 다운로드 수, 인용 횟수, 공개 벤치마크 결과를 종합해 성과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허깅페이스는 다양한 언어 모델과 이미지·음성 모델이 등록되고, 공개 리더보드를 통해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오픈소스 허브로 사실상 글로벌 AI 모델 검증장이 됐다. 특히 이번 공개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사용 편의성, 문서화 수준, 커뮤니티 반응까지 함께 드러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중간 성적표 성격을 갖는다.
독파모 사업은 국가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빅테크에 맞설 토종 파운데이션 모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연산 인프라 핵심인 GPU와 대규모 학습 데이터, 연구 지원을 모아 5개 컨소시엄에 공급하고 있다. 각 컨소시엄은 한국어와 복수 외국어를 동시에 지원하는 대형 언어 모델, 산업별 특화 학습이 가능한 기반 모델 등 서로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노린다.
사업 방식은 6개월 단위 평가를 거쳐 하위 1개 팀을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구조다. 2027년까지 평가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2개 팀만 남긴다는 계획이다. 이번 허깅페이스 성적은 내년 1월 진행될 첫 평가에서 첫 탈락자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상 글로벌 공개 베타 성적이 국가 GPU 자원 배분과 직결되는 구조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겸 부총리는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현 단계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배 장관은 독파모 1차 결과가 사업 착수 후 약 4개월 만에 도출되는 만큼 당장 세계 10위권 진입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내부 점검 결과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배 장관은 1차 결과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로벌 순위권 진입이 기대된다고 언급하며, 내년 6월로 예정된 2차 평가에서는 본격적으로 세계 10위권 진입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글로벌 톱10 수준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이 초거대 언어 모델과 멀티모달 모델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이 자국 생태계를 겨냥한 초대형 모델을 전면 배치한 상태다. 한국은 언어 데이터 규모와 연산 인프라 측면에서 뒤처진 상황이라, 한정된 자원을 집중해 소수의 경쟁 모델에 힘을 싣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단순한 자체 평가 대신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객관적 지표를 통과해 글로벌 톱10 자격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AI 지수 보고서에서 선정하는 노터블 AI 등재를 목표로 설정했다. 노터블 AI는 각국의 대표적인 AI 시스템과 모델을 선별해 포함하는 지표로, 여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국제 무대에서 기술 존재감을 확인받는 첫 관문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글로벌 AI 평가 사이트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순위 진입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는 공개 성능 벤치마크, 시장 영향력, 연구 인용 등을 종합해 AI 모델과 기업 역량을 순위화하는 플랫폼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중 AI 모델 성능 추적 기관 에포크 AI 검증을 거쳐, 독파모 모델이 어느 수준의 글로벌 순위에 위치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배 장관은 1차 결과부터 모델을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 지표에서 평가를 받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오픈소스 공개는 모델 구조와 파라미터, 학습 설정 일부를 외부에 개방해 누구나 내려받고 응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노터블 AI 등재와 각종 리더보드 진입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허깅페이스 공개는 국내 AI 생태계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전면 개방해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 대기업 등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 국방, 제조,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별 데이터와 규칙을 얹어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설계다. 과기정통부는 군·방산 특화 AI, 차량용 AI 에이전트, K-POP 버추얼 아이돌 등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제시하며, 독파모가 산업 전반의 서비스 혁신과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배 장관은 허깅페이스에 모델이 공개되는 즉시 국내 학계와 업계가 곧바로 실험과 시제품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용 라이선스, 상용 이용 조건, 후속 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생태계 조성 방안도 순차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6개월 단위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한 배경에는 제한된 국가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톱티어 진입의 현실적인 조건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배 장관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최종 목표를 글로벌 최상위권 AI 모델 확보로 제시하면서, 제한된 GPU와 데이터 인프라를 성과가 검증된 팀에 재집중하는 구조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평가를 거쳐 탈락한 컨소시엄의 자원은 생존 팀에 재배분해, 소수 모델의 성능과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정부는 탈락 기업을 단순한 패배자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배 장관은 독파모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미 국내에서 상위 수준의 AI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라며, 향후 민생 AI 10대 프로젝트, 산업별 특화 AI 사업 등 다른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톱 모델 개발과 별개로, 이들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과 사업 확장을 지원해 전체 AI 산업 기반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서비스 측면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됐다. 배 장관은 독파모 성과를 기반으로 우선 학생과 취약계층 등 생성형 AI를 많이 활용하는 이용자군을 중심으로 공공 및 민간 서비스를 확장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최종 평가가 이뤄지는 2027년 전후를 기준으로, 한국형 K AI 모델을 탑재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 행정, 복지, 문화 콘텐츠 등 공공성과 산업성을 겸한 분야가 초기 도입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 의지만으로는 대규모 서비스 상용화가 어렵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배 장관은 일부 서비스는 민간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되, 실제 서비스를 설계하고 운영할 기업들과의 논의를 통해 역할 분담과 수익 모델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깅페이스 공개와 국제 지표 도전이 한국 AI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리얼리티 체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오픈소스 기반 협업을 통해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국가 지원과 시장 메커니즘이 어떻게 균형을 찾을지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국가대표 AI 모델이 실제 시장과 서비스에 안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제도, 자원 배분 전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