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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임상 빅데이터 허브” 한국한의약진흥원, 디지털 전환 가속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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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임상데이터를 디지털로 수집하고 표준화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추진 중인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 구축 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의 진료기록이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와 연계되는 정밀의료 인프라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한의약의 과학화와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임상정보빅데이터추진단이 전날 서울분원에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 2025년 성과보고회를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보고회에는 보건복지부와 한의약계, 보건의료 및 IT 산업계, 학계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석해 사업 추진 경과와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해당 사업은 한의약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과 실제 진료현장을 반영한 한의약 표준 전자의무기록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정보 수집 시스템, 연구 인프라, 진료정보 교류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구조다.

 

핵심 성과는 표준 EMR 기반의 기술 아키텍처다. 임상정보빅데이터추진단은 계통문진, 이학적 검사, 평가 설문지, 한방 시술 등 16개 핵심 임상정보 항목에 대해 한의약 표준 EMR 프레임워크 기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연결하는 통로로, 병원 EMR 시스템과 연구 플랫폼,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는 표준 관문 역할을 한다.

 

추진단은 여기에 더해 API 이용가이드와 명세서를 마련하고 전용 포털도 구축해, 다양한 개발 환경에서 한의 임상정보를 공통된 형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운용성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 한방병원에 표준 EMR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구조화된 진료기록을 현장에서 운용해 본 결과, 진료 흐름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 표준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구조화된 한의 임상데이터는 향후 AI 기반 진단 보조, 치료 효과 분석, 약재 안전성 평가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기초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기존에는 한의 진료기록이 서술식으로 작성되거나 병원마다 기록 체계가 달라 대규모 데이터 분석이 어려웠던 만큼, 표준 EMR 프레임워크와 API는 산업계와 연구계 모두에서 활용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보건의료 데이터 시장에서는 이미 전자의무기록 상호운용성과 표준 임상데이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은 병원 EMR를 공통 표준으로 묶어 정밀의료, 보험 심사, 연구 데이터로 재활용하는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이번 시도는 서양의학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데이터 인프라에 한의약을 접목해 통합 의료 데이터 허브를 지향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책 측면에서도 한의 임상데이터 디지털 전환은 향후 개인정보 보호 규제, 의료정보 표준, 공공 데이터 연계 기준과 맞물려 추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의 진료정보를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 플랫폼에 연계하려면 데이터 비식별화, 환자 동의 절차, 연구용 2차 활용 범위 등에서 명확한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송수진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구축을 한의약의 과학화와 표준화뿐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와 연계되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했다. 송 직무대행은 표준 EMR과 의료정보 표준화 성과를 토대로 한의 임상데이터가 연구와 산업, 공공의료 정책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마련한 표준 EMR 프레임워크와 API가 실제로 한의 의료기관 전반에 확산되고,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데이터 정책과 연동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인프라에 더해 제도와 수요를 함께 키우는 것이 한의약 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거론된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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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약진흥원#한의약임상정보빅데이터#표준e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