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도 규제 대상”…행안소위,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야당 주도로 통과
정당 현수막 규제를 둘러싼 여야의 이해가 국회에서 다시 충돌했다. 혐오와 비방 표현으로 논란을 빚어온 정치 현수막을 법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야당 주도로 첫 문턱을 넘어서면서 향후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정당 현수막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했고, 국민의힘 의원 두 명은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그동안 옥외광고물법 적용 예외로 분류됐던 정당 현수막을 예외 대상에서 제외해 다른 옥외광고물과 마찬가지로 규제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종교와 출신국가, 지역 등 사회적 갈등을 자극할 수 있는 차별·혐오 표현을 담은 옥외광고물의 게시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동안 선거 국면을 전후해 거리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이 혐오 표현과 과도한 비방 문구를 담아 혼란과 불쾌감을 키웠다는 비판이 반영된 조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의사 표현 위축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 활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된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혐오·비방성 문구를 법으로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법안소위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국가 책임 논쟁과 연결된 중요 법안도 처리했다.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출범의 법적 근거를 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원 정원을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4명을 상임위원으로 두도록 했다. 동시에 집단수용시설에 대한 전담 조사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기구로, 3기 위원회 구성이 현실화될 경우 조사 대상과 업무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조사 조직과 인력을 늘려 과거사 정리 작업의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행안소위는 여기에 더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한 뒤 국가에 기부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정 대통령 관련 기록과 유산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보존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다만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주체와 기준을 둘러싼 논의는 향후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과정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마약류 관련 범죄와 연루된 인물에 대한 공무원 임용 기준을 강화하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마약 범죄 확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직사회 진입 단계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방향이 법안에 반영됐다.
이날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정당 현수막 규제에서 과거사 정리, 공무원 인사 관리까지 굵직한 쟁점을 아우르는 법안을 잇달아 처리했다. 각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정치권은 정당 활동과 표현의 자유, 과거사 조사 범위 등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