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30년까지 교역 두 배로”…인도·캐나다, CEPA 협상 재개 합의에 관계 회복 기대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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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India)와 캐나다(Canada)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약 2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시크교도 분리주의 지도자 암살사건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에 완만한 해빙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2030년까지 무역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경제 전략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각 기준 23일,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장에서 회담을 열고 중단됐던 CEPA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모디 총리는 회담 뒤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글을 올려 양국이 2030년까지 양국 간 교역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00억달러로 늘리기 위해 CEPA 협상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도 엑스를 통해 인도와의 CEPA 협상 재개 합의 사실을 따로 공개했다.

인도·캐나다 CEPA 협상 2년여만에 재개 합의…2030년 무역 500억달러 목표
인도·캐나다 CEPA 협상 2년여만에 재개 합의…2030년 무역 500억달러 목표

양국의 CEPA 협상은 2010년 11월 시작돼 9차례 공식 협상이 진행됐으나, 2017년 한 차례 중단된 데 이어 2022년 재개 후 2023년 8월 다시 멈춘 상태였다. 2023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생한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암살사건이 외교 갈등을 촉발했다. 캐나다 정부가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됐다고 주장하자 인도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캐나다는 인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인도도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을 상응 조치로 추방해 양국 외교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 같은 외교 충돌 속에서 진행되던 CEPA 협상은 2023년 8월 사실상 동결됐다. 이번 G20 정상회의 계기 합의는 그로부터 약 2년 만에 나온 재가동 결정이다.

 

정치·외교적 긴장이 길게 이어졌지만 양국 간 경제적 상호 의존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시크교도 암살사건의 여파에도 인도와 캐나다 간 무역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세계 5위 경제 규모로 부상한 인도의 위상을 고려할 때 교역 증가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2023년 양국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는 약 310억캐나다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인도를 대상으로 한 캐나다의 서비스 수출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정보기술(IT), 교육, 금융서비스 등 분야에서 인도 시장에 대한 캐나다의 의존도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번 CEPA 협상 재개가 관세 인하와 투자 보호, 서비스 시장 개방 등에서 구체적 진전을 이룰 경우 양국 교역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시크교도 암살사건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인도 측의 책임을 거듭 제기해 왔고, 인도 정부는 자국 내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면서 양국 여론 또한 엇갈린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협상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상호 이익을 위한 실용적 접근으로 해석된다는 평가가 현지 외교가에서 거론된다. 경제 협력을 매개로 정치·외교 현안의 관리 국면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회담은 캐나다의 대외 경제 전략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 3월 취임 이후 미국(USA)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지역과의 교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앞세워 왔다. 취임 직후 카니 총리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을 제외한 지역으로의 캐나다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도와의 CEPA 협상 재개는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는 조치로, 아시아 신흥국과의 경제 협력 다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카니 총리는 같은 날 G20 정상회의장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캐나다와 남미 경제협력체 메르코수르(Mercosur)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체결된 아순시온 협약을 기반으로 출범한 역내 경제블록으로, 현재 브라질(Brazil)·아르헨티나(Argentina)·파라과이(Paraguay)·우루과이(Uruguay)·볼리비아(Bolivia) 등 5개국이 정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가 인도와 더불어 남미 주요 경제권과의 협상에도 박차를 가하는 행보는 공급망 다변화와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와 캐나다의 CEPA 협상 재개가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양국이 무역 확대라는 공동 목표를 공유한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시크교도 암살사건과 관련한 불신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합의가 양국 갈등을 완화하고 역내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또 캐나다의 대미 의존 완화 전략 속에서 인도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인도와 캐나다가 정치적 현안을 분리해 경제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협상 속도와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CEPA 협상 재개의 실질적 이행 여부와 그 결과가 글로벌 교역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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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캐나다#ce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