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유가·환율 상승에 기름값 급등”…대구 휘발유 1천700원대, 알뜰주유소로 차량 행렬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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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한국(Korea) 대구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여파가 반영된 휘발유·경유 가격 급등이 관측됐다. 대구 지역 휘발유 가격이 9개월 만에 ℓ당 1천700원대를 돌파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주유소로 수요가 몰리며 긴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과 환율 변동이 국내 소비자 부담을 직접 자극하는 전형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대구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천722.58원으로 집계됐다. 대구 평균은 전국 평균 1천745.51원보다는 낮지만, 지난 17일 9개월 만에 1천700원대를 넘어선 뒤 오름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경유도 강세를 보이며 같은 날 기준 대구 평균 가격이 ℓ당 1천641.11원까지 올라 약 2년 만에 1천600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대구 휘발유 가격 1천722.58원…알뜰주유소에 차량 행렬 이어져
대구 휘발유 가격 1천722.58원…알뜰주유소에 차량 행렬 이어져

현지 주유소 현장에서는 가격 민감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유천동의 한 알뜰주유소는 이날 휘발유를 ℓ당 1천683원에 판매해 지역 내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구 시내 일반 주유소 상당수가 1천700원대 초반에 형성된 가운데 이 주유소로 운전자들이 몰리며 평일 오전 내내 주유기 네 대를 둘러싼 대기 행렬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윤모(56)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손님이 급격히 늘었다”며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에 손님이 많은데, 요즘은 대기 고객이 많아 기다리다 돌아가는 차량도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를 넣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는 김모(25)씨는 “시내 일반 주유소에 가보면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이 크다”며 “일반 주유소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커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최저가 주유소’를 찾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또 다른 이용객 박동운(28)씨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검색해보니 이곳이 1천600원대 가격으로 나와서 주유하러 왔다”며 “최근 기름값이 크게 올라 기름을 적게 넣고, 차량 운행 횟수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국면에서 소비자들이 가격 민감형 이동을 통해 부담을 줄이려는 전형적 대응 방식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대구 서구에 위치한 또 다른 알뜰주유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698원으로 대구 평균보다 낮았고, 이 소폭의 가격 차이를 좇아 주유를 위해 줄을 선 차량이 계속 이어졌다. 이 주유소 직원 오모(60)씨는 “현재 유류 탱크에 남아 있는 재고량이 하루치 정도인데, 재고를 모두 판매하고 나면 휘발유 가격이 1천7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 이용객이 줄 수 있어 영업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 배경으로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을 지목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동(Middle East) 산 원유 가격과 글로벌 달러(USD) 강세가 겹치면 수입 원가가 올라 한국을 포함한 수입 의존 국가의 유류 가격 압력이 커지는 구조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국제유가 변동과 환율이 소비자 물가에 빠르게 반영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다만 향후 흐름이 다소 완화될 여지는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같은 관계자는 “지난주 국제유가가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인 만큼, 다음 주쯤에는 국내 기름값 상승세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주요 산유국의 생산 조정,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변수로 꼽힌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 연쇄적으로 전가되면서 한국 소비자의 체감 부담은 한층 커진 모습이다. 대구 지역에서 관측되는 알뜰주유소 집중 현상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이 가계 지출 구조와 이동 패턴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국제유가 흐름과 환율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 안정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며, 국제사회는 산유국의 생산 정책과 세계 경기 흐름이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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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휘발유가격#알뜰주유소#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