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국에 특검 수사 포위망”…윤석열 전 대통령 정조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은폐 의혹에 대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조만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 소환에 직면했다. 특별검사팀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 국방부 수뇌부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윗선을 향한 수사 포위망이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특히 이종섭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한 만큼, 수사 화살은 윤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날부터 이틀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조사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이종섭 전 장관을 소환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국방장관으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초반부터 'VIP 격노설' 그리고 수사 외압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돼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의 2023년 7월 30일 초동조사 보고부터, 다음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이후의 전후 맥락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이미 특검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사건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고, 당시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임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 이 전 장관 핵심 라인에 대한 진술도 특검팀이 추가로 확보하면서, 수사 외압의 실체적 경위 규명에 탄력이 붙었다. 이에 따라 신범철 전 차관과 이종섭 전 장관 등 국방부 고위층에 대한 추가 조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2024년 3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 직후 호주로 출국했다가, 여론 악화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명분으로 급히 귀국했다.
특검팀은 당시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가 이 전 장관 귀국을 위해 마련된 '급조 일정'이라는 의심을 갖고, 국가안보실이 주도했다는 정황에 따라 안보실 관계자들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다만, 현행 범인도피죄 규정을 감안할 때 이종섭 전 장관은 도피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된다.
이종섭 전 장관은 ‘국회 증언거부’ 혐의로도 고발됐다. 그는 2023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02-800-7070 전화의 사용자를 아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국회증언감정법상,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 거부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급작스런 귀국은 외교 결례가 될 수 있어 공식 회의로 불러들였을 뿐"이라며 도피성 논란을 일축했다.
국방부 수뇌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별검사팀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정국의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면 충돌 양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검찰 및 국회 논의 추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