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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가 여론 조작에 동원”…헌법재판소 게시판 장애, IT 범죄 경고등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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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프로그램 등 IT 자동화 기술이 사회적 이슈 여론전과 정보시스템 장애 유발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최근 헌법재판소 누리집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게시글 23만 건이 대량 등록된 사건에서,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 단체 58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공론장 질서와 정보 시스템 안전에 미치는 여파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38세 남성 A씨는 2024년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유포해, 다수 사용자에게 탄핵 반대 게시글을 헌재 게시판에 대량 등록하도록 유도했다. 이 매크로는 인터넷 게시글 자동 반복 등록 기능을 활용해, A씨 본인이 4만4000건가량을 직접 등록했으며, 공범 57명은 19만 건을 게시해 단시간 내 서버 접속이 일시 중단되는 장애를 초래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수작업 게시와 달리, 자동화로 기록적인 물량공세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시스템 운영과 사회적 신뢰를 동시 위협했다.

매크로는 사용자 동작을 컴퓨터가 자동 반복 수행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본래 업무 효율화 목적에서 개발됐으나, 이번 사건처럼 여론 조작·비정상 정보 유포 등 의도적 사회 질서 교란 수단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A씨가 남긴 매크로 링크와 소스코드 유포 흔적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추적하는 등 IT 기반 수사 역량을 동원해 수사에 속도를 냈다. 헌법재판소 누리집의 반복 게시 내역을 심층 분석해 명확한 기술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특징이다.

 

사회적 파장 역시 컸다. 접속 장애는 물론, 정상적 정보처리 환경이 단시간에 붕괴되면서 디지털 공론장의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현행법상 매크로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통신망 업무 방해는 중대한 위법 행위다. 미국, 유럽 등도 자동화 기반 사이버 여론 조작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과 사후 범죄 추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을 중심으로 매크로 등 불법 자동화 툴 유포·활용 시 형사 처벌 기준 강화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여론 형성과 선거, 상품 거래 등 실생활 전반에 걸쳐 매크로 악용 사례가 확산되면서, 제도적·기술적 보완책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악용은 단순 질서 위반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를 해치는 심각한 기술 범죄”라며 “선거, 상품 거래, 정책 여론 등 생활 기반 ICT 영역에서도 다각적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IT 기술이 공익 훼손 수단이 될 경우, 산업 생태계와 사회 안전망 전반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등 자동화 불법 행위 근절이 실제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지에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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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매크로#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