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SW 막는다”…과기정통부·KOSA, 모니터링 고도화
소프트웨어 산업 내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민관 합동 모니터링 체계가 내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고도화 국면에 들어간다.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SW 사업에서 갑을 구조와 불합리한 계약慣行을 해소하지 못하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책 당국과 업계는 감시와 제보 창구를 동시에 강화해 SW 생태계 리스크를 줄이고, 법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전날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민관합동 소프트웨어 모니터링단 총회를 열었다고 10일 밝혔다. 2014년 12월 출범한 SW모니터링단의 연간 활동을 점검하고, 내년 업무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과기정통부와 KOSA는 모니터링단 운영과 연계해 민간 중심으로 제보를 접수하는 전담 센터를 마련해 왔고, 이를 통해 공공 발주 사업과 민간 SW 프로젝트 전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를 갖췄다.

SW모니터링단의 핵심 기능은 불공정 행위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있다. 과기정통부와 KOSA는 기업이 계약 위반이나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상시 창구를 운영한다. 이 창구로 접수된 제보는 전담 인력이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필요할 경우 법률 자문단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제보 기업에는 개별 분쟁 해결뿐 아니라 향후 유사 사례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사항도 안내하고 있다.
올해 모니터링단에는 80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공공 SW 사업에서의 부당 특약, 대금 지급 지연, 과도한 원가 절감 요구부터 민간 프로젝트에서의 일방적 계약 변경,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용 전가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터링단은 각 사안에 대해 수위탁 구조를 재점검하고, 하도급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데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적 조정 기능이 중소 SW기업과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W모니터링단은 약 250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발주·수주 경험이 풍부한 업계 실무진과 변호사, 회계·IT 컨설턴트 등으로, 제보 내용을 기술·법률 양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단순 사건 처리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불공정 유형을 정리해 과기정통부와 협회에 전달함으로써 제도 개선 과제로 승격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특히 공공 SW 사업 표준계약서 개정이나 하도급 거래 기준 정비 논의 과정에서 모니터링단의 축적된 사례 데이터가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행사에서는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산업 생태계 개선에 기여한 민간 전문가들에 대한 포상도 이뤄졌다. 과기정통부는 모니터링단 위원 가운데 산업 발전 공헌도가 높다고 평가된 6명을 선정해 장관상을 수여했다. 수상자는 김봉수 이노리브 대표, 김성현 지티지 상무, 민창기 비엠텍시스템 상무이사, 박대수 카카오뱅크 팀장, 정윤경 경북테크노파크 팀장, 허경수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대표다. 이들은 공공·민간 프로젝트에서의 구체적인 분쟁 해결과 제도 개선 의견 제시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W모니터링단 활동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경제 확산 국면에서 의미가 더 커지는 흐름이다.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 데이터 구축 용역, 클라우드 운영 위탁 등 복잡한 다단계 계약 구조가 늘면서 잠재적 분쟁 지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정제 업무에 투입되는 중소 IT 기업과 프리랜서 개발자, 스타트업은 대형 발주처와의 협상력 차이로 인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니터링단과 같은 민관 합동 기구가 제보를 토대로 표준 관행을 정립할 경우, AI·SW 프로젝트 전반의 리스크 관리 비용을 줄이고 참여자 간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은 정책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공공 조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데이터 공유와 클라우드 이용 계약에서 불공정 조항을 제한하는 정책 논의를 확대 중이고, 주요국은 정부 IT 사업에서 표준계약서를 통한 위험 공유 원칙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비교할 때, 한국의 SW모니터링단은 불공정 행위 제보와 분쟁 해결에 집중한 현장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모니터링 기능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이 없는 조정 권고만으로는 악의적 발주 관행을 근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모니터링단이 축적한 사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거래 관련 법령과 하도급법, 국가계약법 등에 대한 정교한 개정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사업을 국가 기간 인프라 수준으로 격상한 만큼, 그 생태계를 떠받치는 계약 구조 역시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서성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내년에도 SW모니터링단이 AI와 SW 산업계의 각종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창구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보 처리 기능을 강화해 건전한 AI·SW 업계 생태계를 구축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모니터링단의 활동이 분쟁 조정과 제도 개선을 함께 견인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되는 SW 시장이 얼마나 공정한 구조로 재편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