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이 만든 운명”…김종호, 컴파운드 8강 고비→광주선 탈락의 쓴맛
벼랑 끝까지 몰린 순간, 한 발의 무게가 곱절로 다가온 저녁이었다. 광주국제양궁장에는 조용한 탄식과 아쉬움이 어우러졌다. 마침표 없는 접전 끝에 김종호와 소채원이 힘겹게 시위를 당겼지만, 자존심 가득했던 한 점 차가 결과를 갈랐다.
6일 열린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8강전에서 김종호와 소채원 조는 대만과 슛오프 접전을 벌였다. 흐름 내내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보였으나, 마지막 화살 한 발에서 1점 차로 패했다. 이 순간 컴파운드 대표팀의 단체 입상 도전도 멈췄다.

남자 단체전에서도 김종호, 최용희, 최은규가 연이어 고비를 맞았다. 16강 과테말라전에서는 234-231로 시원하게 출발했으나, 슬로베니아와 맞붙은 8강에서 229-230으로 또다시 1점 차 고배를 들었다. 두 종목 모두 종이 한 장 차의 승부에 좌우됐고, 경기장 안팎의 안타까움도 더 깊었다.
김종호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더 절실했다. 성적이 안 나서 아쉽다”며 눈에 띄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9점 쏘면 상대가 8점을 쏴주는 운이 필요한데, 오늘 경기는 끝까지 힘겨웠다. 결국은 내 연습이 부족했다”며 곱씹는 소감을 전했다.
10년 넘게 대표팀의 중심을 지켜온 김종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올해 휴가도 반납하며 한층 더 몰입했다. 지난 7월 스페인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로 전력을 다시 증명했지만, 정작 개인과 혼성에서는 연달아 8강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여자 대표팀 역시 소채원이 포함된 단체전에서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소채원은 “오늘 느낀 부족함은 내일 훈련에서 반드시 만회하겠다”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컴파운드 부문은 세트제 없이 총점으로 승부를 가르는 만큼, 한 번의 실수가 곧 승패로 직결된다. 이날 두 경기 모두, 마지막 한 발이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대표팀은 7일부터 이어지는 개인전에서 새로운 분위기 반전을 준비한다. 한때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김종호 역시 자존심 회복을 겨냥 중이다. 그는 “지금은 어떤 말도 변명일 뿐이니, 잘하고 나서 당당하게 다시 말을 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광주국제양궁장을 찾은 팬들은 끝까지 선수들의 어깨에 조용한 응원을 실었다. 승부의 신랄함과 패배의 씁쓸함이 교차한 이날, 김종호와 소채원은 잠깐의 좌절을 움켜쥔 채 내일을 준비했다. 대표팀의 도전은 7일 재개되는 개인전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