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바이오헬스 인력부족 10대제조 최악…컨트롤타워 시급

한유빈 기자
입력

바이오헬스 산업이 한국의 10대 제조업 가운데 가장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이전과 임상개발, 제조 분야에서 전공과 숙련도에 따라 인력 수급 불균형이 뚜렷해, 단일 부처 차원을 넘어선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요 부처가 각각 추진 중인 바이오헬스 인력 사업을 묶어 가치사슬별 맞춤형 교육 체계를 설계하지 않으면, 산업 성장 속도를 인력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석을 바이오헬스 국가 경쟁력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PBMA FOCUS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양성 방안 보고서에서 한균희 연세대 생명공학과·약학과 교수는 2022년 말 기준 바이오헬스 분야 인력 부족률이 3.5%로 10대 제조부문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반도체, 섬유, 전자, 조선, 화학,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을 모두 포함한 비교에서 최상위 인력부족 업종으로 꼽힌 것이다. 2018년 3.3%였던 부족률이 4년 만에 사실상 개선되지 못한 점도 구조적 문제로 해석된다.  

가치사슬 단계별로 보면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영역은 기술이전 35.3%, 임상개발 19.1%로 나타났다. 두 분야 모두 신약 후보물질을 상업화하는 데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업무로, 산업 전반의 질을 좌우하는 구간이다. 다만 이들 직무의 인력 구성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에 그쳐 절대 규모는 작지만, 소수 정예 고급인력 확보 실패가 산업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구조가 드러난다.  

 

이에 비해 제조 분야 인력 부족률은 11.6%로, 각 가치사슬 내 평균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제조 직무가 전체 인력의 37%를 차지해 인력 구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갖는 만큼, 부족 인원의 절대 수는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교수는 제조 부문의 낮은 전공자 비율과 높은 신입 채용 비율을 함께 고려할 때, 질적 리스크가 양적 규모와 맞물려 생산 안정성과 품질 경쟁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학력 구조를 보면 제약산업 전체에서 학사 출신 중급 인력이 5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석사급 고급 인력은 주로 연구개발 직무에 집중돼 R&D 분야에서 42.2%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신약 탐색과 전임상 연구 단계에서 고급 연구 인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  

 

전공자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R&D 91.6%, 임상개발 89.1%로 전문성이 높은 영역일수록 관련 전공 인력이 포진해 있었다. 이어 인허가와 기술이전 분야도 전공자 비율이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체 인력에서 비중이 가장 큰 제조 직무의 전공자 비율은 41.3%에 그쳐, 절반 이상이 비전공자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 수준이 올라가고 품질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제조 현장의 전문성 격차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신입과 경력의 채용 비율은 산업 전체적으로 거의 1대 1 수준으로 균형을 보였다. 다만 전공자 비율이 높은 직무일수록 경력직 채용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R&D, 임상, 인허가, 기술이전 등 고난도 직무에서는 즉시 전력감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력 인력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제조 분야는 전공자 비율이 낮고 신입 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해, 현장 적응을 위한 사내 교육과 OJT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한균희 교수는 가치사슬별 전공자 비중이 높을수록 경력직 채용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술이전과 규제 분야에는 소수 정예 전문가를 길러낼 대학원급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제조 분야는 낮은 전공자 비율과 높은 신입 채용 비중으로 인해 직무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기 때문에, 단기 집중 교육과 오픈코스 중심의 양적 인력 공급에 초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전문가 과정과 저변 확대 교육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기술이전, 규제, 임상 설계 등 고급 영역은 소수 대학원 과정으로 심화 교육을 제공하고, 제조와 품질관리, 생산공정 디지털화 등 대규모 수요 분야는 온라인 오픈코스와 단기 과정을 통해 빠르게 인력 풀을 늘리는 구조가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현재 교육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부처가 각자의 정책 목표에 따라 제약바이오 인력양성 사업을 운영 중인 점을 짚었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선정되고 첨단산업 인재양성 사업이 잇따라 기획되는 상황이지만, 부처별로 권한이 부여된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교육 내용과 대상, 수준이 파편화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구조를 조정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중장기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인재 양성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컨트롤타워가 산업 수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치사슬별 인력 부족 영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부처별 사업을 조정하고 신규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또한 제약바이오산업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른 산업으로, 연구개발과 임상, 생산 공정 전반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는 만큼 디지털 역량을 인력양성 정책의 핵심 축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견습 및 체험학습을 통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첨단 의료기술과 규제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반영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에서는 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 부각된다. 한 교수는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등에서는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비학위 프로그램을 국가 주도로 운영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먼저 핵심 인프라를 구축한 뒤 다시 대학의 교육 인프라를 연계 활용하는 체계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학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속하게 커리큘럼을 개편할 수 있는 경량 플랫폼을 국가가 책임지는 모델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부처 간 협업을 넘어 교육부가 타 부처가 주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학위 단기교육, 재직자 재교육, 융합 전공 과정 등 유연한 교육 포맷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이오헬스 인력 미스매치 해소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헬스 인력이 고급 연구와 임상, 규제뿐 아니라 생산 현장까지 동시에 부족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적인 인력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수요 기반 인력양성 체계를 마련하고, 디지털 전환과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바이오헬스 경쟁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인력 분석을 계기로 컨트롤타워가 실제 시장 수요를 반영한 종합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균희#바이오헬스#제약바이오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