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주의 성공담 함께 만들자”…이재명, 인도·브라질 정상과 연쇄 회동
정상외교 무대에서 경제 협력과 가치 외교가 맞붙었다.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와 브라질 정상을 잇달아 만나 조선업부터 소득분배까지 폭넓은 의제를 논의하면서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후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장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각각 회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모디 총리의 요청으로 성사된 한 인도 정상회동과, 브라질과의 사회경제 현안 대화가 연달아 진행된 형태다.

먼저 한 인도 정상회동에서 양 정상은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언급하면서, 일정 탓에 참석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전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인도를 포함한 소다자 협력을 조선 등 미래지향적인 분야에서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국방 분야에서도 양자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선업과 국방 분야를 동시에 언급하며 실물경제와 안보 협력 축을 함께 세우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양 정상은 인공지능 AI, 방위산업 등 신산업 분야 협력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AI와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증진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구체 안건을 둘러싼 실무 협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산업·국방 당국 간 후속 논의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 간 상호 방문 의지도 확인됐다. 모디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도 방문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인도와 경제·문화·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넓히고 싶다면서 “조속히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례적 정상 교류를 통해 인도 태평양 지역 협력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한 브라질 정상회동에선 사회경제 정책과 가치 공유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의 소득분배와 경제발전 정책 등 사회경제 분야를 두루 논의했고, 세계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특히 양 정상은 “양국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성공담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언급을 주고받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민주주의 제도와 포용적 성장을 결합한 발전 모델을 공통 과제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재무·산업·기술·교육·에너지 등 범정부 차원의 협력 확대도 확인됐다. 두 정상은 각 부처 간 교류를 강화하고, 기업인 등 민간 부문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전환, 인프라 투자, 교육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협력 플랫폼이 논의될 전망이다.
정상 상호 방문도 약속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전하자, 룰라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한국 방문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에게 내년 중 브라질 방문을 요청하며, 방문이 성사될 경우 최선을 다해 환대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소개했다. 양국이 내년을 전후해 연속적인 정상 교류에 나설 경우, 경제 협정과 기후·환경 협력 등 의제가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프랑스, 독일과는 정상회담을, 인도, 브라질과는 정상회동을 각각 가졌다. 이와 별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 참석자들과도 인사와 안부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확장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정부는 G20을 계기로 이뤄진 연쇄 정상외교를 바탕으로 조선업과 방산, AI 등 전략 산업과 민주주의·소득분배 등 가치 의제를 아우르는 협력 구상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와 관련 부처는 후속 실무 협의를 통해 정상 간 합의를 세부 정책으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