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보는 전복” 완도군, SNS 겨냥 이색 답례품 실험
지역 특산물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생활 굿즈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라남도 완도군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보인 전복 미니쿠션과 키링 세트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지역 브랜드와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굿즈의 파급력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향후 AR 증강현실, 메타버스 아바타 아이템, NFT 등의 디지털 자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응원하거나 인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해당 지역 특산물 등 답례품을 제공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농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답례품을 구성한 가운데, 완도군은 활전복과 반건조 생선세트, 김과 같은 기존 식품류 대신 전복을 형상화한 생활용품 세트를 선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실물 전복과 흡사한 외형을 구현하면서도 보관·유통이 용이한 점도 물류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도군이 고향사랑e음 답례품 소개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전복 미니쿠션·키링 세트는 전복 껍데기의 색감과 질감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구현하고, 인쇄·코팅 공정을 결합해 물방울이 맺힌 듯한 광택, 따개비 표현, 패각근과 외투막 무늬까지 세밀하게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전복 사진을 3차원적으로 변형한 후 섬유 인쇄용으로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패턴 디자인 기술과 텍스타일 프린팅 기술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전복과 구분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 구현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굿즈 제작은 단순 캐릭터 상품이 아니라 실사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하이퍼리얼 굿즈에 가깝다. 실측 데이터와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를 편집한 뒤, 색역 보정과 질감 표현을 위해 디지털 프린팅 프로파일을 별도로 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과정은 최근 메타버스용 디지털 트윈 자산 제작이나 AR 필터 개발에서 쓰이는 워크플로와 유사해, 향후 동일 디자인을 가상 공간용 3D 모델이나 AR 스티커로 확장하기에 유리하다. 지역 특산물을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 동시에 경험하도록 하는 O4O 연계 모델로 발전할 여지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완도군의 전복 굿즈는 이미 SNS를 통해 자발적인 홍보 효과를 만들고 있다. 완도군에 기부한 뒤 전복 쿠션 세트를 받은 기부자들의 인증 사진과 후기가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고향사랑기부제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함께 높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 기부자는 “전복 키링과 쿠션이 생각보다 훨씬 리얼하다”며 실물 사진을 공유했고, 싱크대에서 칫솔로 쿠션을 세척하는 연출 사진도 퍼지며 바이럴 트래픽이 크게 늘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형식적인 답례품이 아닌, 사진·영상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댓글에서는 “형식적인 답례품보다 정성이 느껴진다”, “평범한 답례품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다”, “너무 리얼해서 웃기다”, “진짜 전복인 줄 알았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이런 사용자 반응이 자연스럽게 2차 콘텐츠 생산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전복 쿠션을 활용한 짧은 영상, 패러디 사진, 밈 이미지 등이 연이어 생성되면서, 완도군과 고향사랑기부제가 별도 광고비 집행 없이도 소셜 미디어 상에서 높은 노출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지자체 마케팅 관점에서는 물성 있는 굿즈를 디지털 밈 생성의 트리거로 삼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에서도 지역 특산품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브랜딩 시도가 늘고 있다. 일본 일부 지자체는 지역 농수산물을 테마로 한 3D 캐릭터를 제작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보이고, 미국 농업 관련 기관은 AR을 통해 농산물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모바일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비교하면 완도군의 전복 쿠션은 아직 피지컬 굿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동일 디자인 자산을 활용해 AR 필터, 모바일 배경, 메타버스용 아바타 액세서리 등으로 확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실제로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와 콘텐츠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지역 굿즈의 디지털 전환 협업 논의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정책 측면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된 제도다. 현재는 농수산물 중심의 답례품 구성이 일반적이지만, 향후에는 디지털 굿즈나 온라인 경험형 서비스도 답례품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역 관광지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권,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한 디지털 아트, 메타버스 축제 입장권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법과 제도 설계 측면에서 디지털 자산의 가치 산정과 공정성 확보, 저작권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완도군 사례를 지역 특산물에 기반한 디지털 브랜딩의 초기 단계로 본다. 한 디지털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전복 쿠션과 같은 이색 굿즈가 향후 메타버스와 AR 플랫폼용 지역 캐릭터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지역 특산물을 현실에서 만지고 사진 찍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가상 공간에서의 인터랙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할 경우, 굿즈 제작사뿐 아니라 3D 디자인 스튜디오, AR 개발사, 지역 관광 플랫폼 등으로 수익 구조가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결국 완도군 전복 쿠션과 키링 세트는 단발성 화제 상품을 넘어, 지역 특산물과 디지털 콘텐트 기술을 연결하는 실험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지자체와 기업이 협업해 특산품 IP를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 제도를 넘어 지역 디지털 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이런 이색 답례품이 실제로 디지털 전환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