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검 이첩 재검토하라"…오동운 공수처장, 송창진 위증 고발 처리 놓고 직무유기 논란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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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수사와 선거를 둘러싼 충돌 지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뇌부와 해병대 사망사건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송창진 전 부장검사 국회 위증 고발 건 처리와 별도 수사 방해 정황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나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유기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28일 입수한 해병대 채상병 특검팀 공소장에 따르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송창진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1년 가까이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은 데 이어, 특검 출범 직전 이 사건을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이첩하려는 내부 건의까지 제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 지휘부가 사실상 무혐의 결론이 담긴 검토보고서를 승인했다는 취지가 적시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할 특검팀 출범을 앞둔 6월 14일 공수처 지휘부 회의에서 한 부장검사로부터 송 전 부장검사 위증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과 특검에 이첩하자는 건의를 받았다. 특검법에는 관련 사건을 특검으로 이첩하도록 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오 처장은 당시 "법리상 대검이 맞는지, 특검이 맞는지, 송부 대상 범죄는 맞는지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이첩 절차를 멈추도록 했다. 나흘 뒤 재차 같은 취지의 건의가 이어졌지만, 오 처장은 "법리상 특검에 보내는 게 맞는지 재검토하라"는 지시만 반복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오 처장과 이 차장, 그리고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송 전 부장검사 위증 고발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이첩도 하지 않으며, 자체 수사도 진행하지 않기로 상호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회피가 조직적인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박석일 전 부장검사는 고발장 접수 이틀 만인 2023년 8월 21일 해당 사건에 대한 이른바 신속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무죄" 결론을 내렸고, 같은 날 이재승 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9월 27일에는 처장실에서 오동운 처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까지 이뤄졌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이 이 보고서를 보고받고도 별도 지시를 내리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사실상 보고서 내용을 승인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는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국회 위증 고발을 "공수처 검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대검에 통보하거나 수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동운 처장 측은 특검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처장 측은 "위증 사건이 해병특검 수사 대상인 수사외압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특검 수사 대상이 맞는지 살펴보라고 한 것뿐 이첩을 막은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파견된 공수처 수사진을 통해 사건 이첩에 관한 의사를 타진했고, 일단 보류하자는 쪽의 답변을 듣고 보류했다가 7월 말 관련 공문을 접수한 뒤 이첩했다"고 주장했다.

 

신속검토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오 처장은 "박 전 부장검사가 수사보고서에 일방적으로 적어 넣은 의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고 과정에서 결재권을 행사한 바 없고, 구체적 처분 건의와 결재 상신도 없는 상황에서 대검 통보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해 왔다.

 

공소장에는 공수처 내부에서 진행된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정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대상은 김선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다. 두 사람은 처장과 차장 직무를 대행하기 이전부터 수사 지연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3년 12월 여운국 당시 공수처 차장을 찾아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총선 전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지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듬해 1월 채상병 사건 관련 압수수색이 준비되자 다시 여 전 차장을 찾아가 "영장 청구서를 결재해주면 안 된다. 결재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압박했다.

 

여운국 전 차장 퇴임 이후인 2024년 1월 말,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처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수사 방해는 더욱 구체화됐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퇴임 직후 열린 첫 간부회의에서 채상병 수사팀 규모를 축소하고 주무 검사를 다른 부서로 전보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이대환 당시 채상병 수사팀 부장검사는 사흘 뒤 주간업무회의에서 "인사 조처를 하면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낭독했다. 내부 반발이 이어지면서 전보 조처는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같은 해 1월부터 4월까지 채상병 사건 관계인 소환 조사를 막는 지휘를 지속했다. 수사팀은 진술 오염과 참고인들 간 말 맞추기 가능성을 우려하며 조기 소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대환 부장검사는 "선거가 두 달 넘게 남았으니 지금 빨리 소환조사를 하고, 선거 즈음에는 조사하지 않는 것이 영향을 줄이지 않겠느냐"며 설득했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이를 거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거듭 승인을 요청하는 이 부장검사에게 감찰을 거론하며 "명령에 따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27일 이 부장검사가 "적어도 출석 요구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다시 건의했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총선 전에는 소환 요구도 안 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 수화기를 들면 감찰 조사하겠다. 총선이 끝나면 그때부터 소환하라"고 재차 지시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혔다.

 

결국 채상병 수사팀은 4월 총선이 끝난 뒤에야 사건 관계자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이대환 부장검사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내부 경고를 하면서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별도로 2023년 6월 채상병 사건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약 일주일간 결재하지 않고 보류한 정황도 담겼다. 송 전 부장검사는 "경찰 이첩 기록 회수 지시는 재량행위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그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리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오동운 처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오 처장이 소집한 부장회의에서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사건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100페이지 이상 읽기가 힘들다", "범죄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되더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된다"고 발언하며 압수수색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특검팀은 적시했다.

 

특검 공소장에는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공수처 검사로 임명됐고, 처장·차장 직무대행을 맡기 전부터 공수처 내부에서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조직 운영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서술했다.

 

공수처 지휘부와 검사들의 이러한 행위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수사기관이 총선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 시기를 조정했는지, 또는 수사 자체를 회피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수처 측 반론과 특검의 추가 입증이 맞부딪치는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공수처 운영과 특검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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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공수처#해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