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근길 5호선, 여의나루 그냥 지나쳤다”…전장연 시위로 본 장애인 권리예산 논란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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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여의나루역을 무정차 통과하며 출근길 시민들의 혼선이 빚어졌다.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출근 시간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이동권 보장과 시민 불편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8분경부터 전장연은 5호선 여의나루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가 시작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안내문을 통해 “특정장애인단체의 지하철 타기 시위로 인해 5호선 여의나루역 상선 무정차 통과 중”이라고 알리며 상행 열차를 정차시키지 않고 운행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무정차 운행은 약 30분가량 이어졌다. 오전 9시 8분경 전장연이 여의나루역에서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마무리하자 서울교통공사는 “특정장애인단체의 시위 종료로 5호선 여의나루역 열차 정상 운행 중”이라며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재차 공지했다.

 

이날 전장연은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에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며 정부를 향해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시위 현장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며 장애인 이동권과 돌봄, 활동지원 등 관련 예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인 25일 오전에도 4호선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 일대에서 같은 방식의 시위가 진행돼, 당시에도 일부 열차가 역을 서지 않고 통과하는 무정차 운행이 이뤄졌다. 서울교통공사는 그때도 “승객 안전과 열차 운행 질서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장연은 이달 5일부터 평일 출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장연 측은 시위 이유에 대해 “장애인의 이동권과 자립생활을 위한 권리예산이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예산 보장은 헌법상 평등권과 사회권 보장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출근길 지하철이 지연되거나 일부 역이 무정차 통과되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장연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근 시간대 시위로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장애인 권리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방식은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과 관련해 법·제도상 한계도 논의 대상이다. 지하철 운행 방해 여부와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적·재정적 장치를 강화하지 않은 채, 문제 제기가 반복될 때마다 현장 조정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시위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조치 여부보다는 승객 안전과 운행 정상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는 공지문을 통해 “현재 5호선 여의나루역은 정상 운행 중”이라고만 밝히며 세부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관계 부처의 구체적 대응 방향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장애인 이동권과 복지 관련 예산을 둘러싼 논의가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장연 측이 향후에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시사해 온 만큼, 예산 협의와 시위 방식 조정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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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서울교통공사#지하철5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