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군위 고지서 산화”…故 구자길 일병,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6·25전쟁 당시 전선을 지켰던 이름 모를 장병들의 사연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19세에 전사한 호국영웅 고 구자길 일병의 유해를 확인해 21일 유족에게 전달하면서다. 전쟁 발발 75년을 앞두고 이뤄진 신원 확인으로, 전쟁 영웅 예우와 유해발굴 정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1일 6·25전쟁에서 전사한 고 구자길 일병의 유해를 발굴·감식해 신원을 확인하고, 이날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고 구자길 일병은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이후 19세 나이로 입대해 국군 제6사단 19연대에 배치됐으며, 같은 해 8월 대구 군위군 일대에서 벌어진 군위 의흥 전투에 참전했다.

군위 의흥 전투는 북한군 제1·8사단이 대구를 점령하기 위해 남하하는 길목에서 벌어진 격전이었다. 당시 국군 제6사단은 군위군 일대에서 북한군을 저지하며 낙동강 방어선 사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 구자길 일병은 이 전투 과정에서 북한군과 교전 끝에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왔다.
고인의 유해는 2024년 11월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 365고지 일대에서 발굴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현장에서 수습한 유해와 유품을 정밀 분석했고, 유전자 시료 대조를 통해 고 구자길 일병의 신원을 확인했다. 감식단은 유족의 유전자 시료와 비교 분석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신원 확인 과정의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행사를 통해 유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을 전달했다. 감식단은 행사를 호국의 영웅 귀환으로 명명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유해발굴 사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 구자길 일병은 2025년에 신원이 확인된 16번째 호국영웅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264명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신원이 확인되지 못한 다수의 전사자가 산야에 남아 있는 만큼 유해발굴 작업의 지속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유해발굴과 신원 확인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참전용사와 유족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 후대에 전쟁의 실상을 전하는 안보 교육의 기반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6·25전쟁 전사자 예우와 관련한 예산 지원 및 법·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와 군은 향후에도 군위 지역을 포함한 주요 전투지역에서 유해발굴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6·25전쟁 75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전사자 유해발굴과 유족 찾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회 차원의 예산·정책 논의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