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린 작용제 부상”…로슈·노보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패러다임 전환 신호
아밀린 작용제 기반 신약이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제품이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지만, 구토·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과 근육 손실 등 한계가 노출되며 업계가 새로운 대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강점을 지닌 아밀린 작용제 확보와 상업화를 위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동향을 ‘차세대 비만약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분비돼 식욕 중추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식후 포만감 촉진 및 혈당 억제에 관여한다. 최근 아밀린 기반 치료제는 GLP-1에서 제기된 위장관 부담과 근육량 감소 문제를 기전적으로 보완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실제 위가 아닌 뇌의 식욕 중추를 직접 자극함으로써 구토 등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체중 감소 시에도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임상 결과가 잇따라 공개된 상황이다. 단독 요법뿐 아니라 GLP-1 병용요법, 나아가 경구(먹는) 제제 개발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본격화됐다.

아밀린 분야 핵심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기술 도입과 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로슈는 올해 3월 덴마크 질랜드 파마의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의 공동개발권을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미국 애브비 역시 구브라가 개발 중인 차세대 아밀린 유사체를 도입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카그리세마’와 일라이 릴리의 ‘엘로랄린타이드’ 등 다수의 글로벌 신약이 임상 3상 또는 2상에 진입해 경쟁이 치열하다. 아스트라제네카(AZD 6234), 애브비, 멧세라 등도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기존 GLP-1 계열이 주사제 형태에 머물렀던 데 반해, 아밀린 계열 중심으로 경구용 제제 개발이 본격화된 점이 시장 판도 변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2024~2025년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세마글루타이드(25mg), 저분자 경구 후보(오포글리프론), 카그리세마 등 신약 출시에 따라 상업화 지형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밀린·GLP-1 병용 및 멧세라의 월 1회 제형 등 복합 솔루션도 확장되는 중이다.
경쟁 격화 속 각 기업은 임상 데이터의 효능·부작용 프로파일을 비교하며 우위를 점하려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권에서도 아밀린 유사체 대형 파이프라인이 질주하고 있으며, 식약처·FDA 등 각국 규제기관은 GLP-1 대비 차별적 내약성과 안전성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아직 대다수 개발이 임상 2·3상에 집중돼 있지만, 2026년 카그리세마, 2028년 아미크레틴 등의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의 GLP-1 기반 파이프라인만으로는 상업화에서 리스크가 높아, 아밀린 작용제 등 복수의 기전이 결합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아밀린 계열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핵심 키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