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보택시가 함대를 깨울 것”…미국 테슬라, 연중 최고가 경신에 사상 최고치 재도전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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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5일, 미국(USA)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 주가가 로보택시와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이번 주가 급등은 글로벌 기술주 전반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나타나 미국 증시와 전기차·자율주행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현지시각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3.56% 오른 475.3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481.77달러까지 치솟으며 강한 상승세를 연출했다. 이날 종가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 재도전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3.56% 급등해 연중 최고가…사상 최고치 재도전 주목
‘테슬라’ 3.56% 급등해 연중 최고가…사상 최고치 재도전 주목

테슬라는 2024년 12월 17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479.86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이 수준을 밑도는 등락을 반복해 왔다. 특히 4월 7일에는 장중 214.25달러까지 밀리며 저점을 형성했고, 7월까지 여러 차례 3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주가는 9월 중순 이후 반등에 나서며 400달러선을 회복했고, 이후 상승세를 강화했다. 12월 들어서는 오름폭이 커지며 뚜렷한 강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언급되는 이른바 산타 랠리에 테슬라가 본격 합류할 경우, 연내에 사상 최고 종가를 다시 넘어설 수 있는 위치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알파벳(Alphab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 기술주 상당수가 하락 마감했다는 점이다. 대표 성장주들이 일제히 숨 고르기에 들어간 와중에도 테슬라만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연출해 투자자 심리를 끌어당겼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전통적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로봇을 아우르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번 주가 급등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자율주행 기술과 로보택시 사업 기대가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로보택시 관련 게시물에 답글을 달아 완전 무인주행 테스트 진행 사실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차에 아무도 타지 않은 채 주행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라고 적어, 안전 요원 없이 차량이 스스로 도로를 주행하는 단계까지 기술이 진전됐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줬다.

 

머스크가 반응한 게시물에는 테슬라 로보택시가 미국(USA)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완전 무인주행을 시작했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영상이 포함돼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스틴 지역에서 안전 요원이 탑승한 상태로,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제한적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행해 왔다. 완전 무인주행 테스트로 전환될 경우,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에서 한발 앞선 행보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 공식 엑스 계정도 전날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관련해 상징적인 메시지를 올리며 기대를 자극했다. 테슬라는 “(차량) 함대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깨어날 것”이라며 “느리게, 그다음엔 한꺼번에”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한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단계적으로 이뤄진 뒤, 일정 시점에서 본격 확산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와 머스크 CEO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자율주행 차량뿐만 아니라,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사업도 최근 주가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이달 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지원 정책을 행정명령 형태로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로봇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졌다. 제조업 자동화와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로봇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테슬라의 미래 성장 스토리와 맞물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 판매 실적을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 모델과 로보택시 네트워크, 인간형 로봇 등 다각도의 성장 동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투자자들은 로보택시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차량 판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옵티머스 역시 공장 자동화를 넘어 서비스·물류·가정용 시장으로까지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장기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거론된다.

 

다만 규제와 기술 완성도, 안전성 검증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비롯한 규제 당국은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고, 완전 무인주행 상용 서비스에는 높은 수준의 법적·제도적 검증이 요구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미국 금리·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 등 변수가 남아 있어, 테슬라의 단기 주가 흐름은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이 테슬라의 성장 동력으로 본격 부각되면서, 이번 연말 랠리가 단기 급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재평가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연중 최고가를 넘어 사상 최고치 경신에 성공할 경우, 향후 글로벌 전기차·자율주행·로봇 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테슬라의 기술 개발 속도와 상용화 일정, 그리고 이에 따른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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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일론머스크#옵티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