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뒤 ‘선포 국무회의 필요’ 언급”…안덕근, 한덕수 발언 법정 증언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 선 내란 방조 혐의 공판에서 국무회의 절차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맞붙었다. 계엄 선포 및 해제 국무회의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법원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국무회의 발언이 법정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20일 안덕근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안 전 장관은 2024년 12월 4일 오전 4시께 열린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서 한 전 총리가 “해제하는 국무회의가 있었으니 (계엄 선포를) 의결하는 회의도 있어야 한다”며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자리에 남으라고 한 사실을 증언했다.

안 전 장관은 “한 전 총리가 ‘해제돼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며 “앞서 있었던 계엄 선포 국무회의는 몰랐고, 해제 국무회의는 최대한 형식적으로 결괏사유가 없게 하려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가 남아있으라고 했던 취지에 대해 “우리가 형식을 갖춰 해제시켰는데 앞의 국무회의가 잘 구성되지 않았으면 뒤의 회의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후적으로 뭔가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까 있었던 국무회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수준이었다”며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려던 취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안 전 장관은 자신이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불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이동 중 ‘회의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받고 귀가했다며, “귀가 도중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개그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또한 “국무회의 심의를 위해 안건 사전 통보 등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당시 이런 절차가 없어 ‘정상적인 절차인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증인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진술조서의 증거 채택에 동의해 해당 증인 신청은 철회됐다. 재판부는 “12월 3일과 4일의 사건에 대해 관련자 증언이 필요하다”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판단을 위해 재판부 직권으로도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공소장 변경을 통해 형법 87조 2호 병합을 검토해달라”고 특검에 요구했다.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 국무회의의 형식적 하자 여부, 국무위원 절차 참여의 적법성 평가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번 재판의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판부가 조만간 주요 인사의 출석 및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만큼, 법적 쟁점과 정치적 파장 모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계엄 선포 및 해제 국무회의의 의결 절차와 국무총리 발언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으며, 정치권은 증인신문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