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당뇨 주사제 급여 첫관문 통과”…마운자로·오젬픽, 치료패턴 바꿀까
GLP1 계열 당뇨 치료 주사제가 국내 건강보험 적정성 심사를 잇따라 통과하면서, 당뇨병 환자의 치료 패턴이 바뀔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 1회 투여로 혈당과 체중을 동시에 관리하는 차세대 당뇨 주사제가 실제 급여 단계까지 진입할 경우, 기존 경구제 위주였던 당뇨약 시장 구도와 환자 부담 구조가 함께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4일 회의에서 한국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를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운동 요법 보조제로 사용할 때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약평위는 건강보험 신규 등재를 위한 1차 관문으로, 약효와 비용 대비 효과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마운자로는 GIP와 GLP1 두 가지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효능제로, 성분명은 터제파타이드다. 인크레틴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돼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며,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을 말한다. GLP1 단일 작용제와 달리 GIP 수용체까지 동시에 자극해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효과를 강화한 것이 핵심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 약은 주 1회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2형 당뇨병, 비만,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에 급여 적정성이 인정된 대상은 2형 당뇨병 치료 영역이다. 실제 급여 적용 여부는 앞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가격 수준과 재정 영향 평가가 변수로 지목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작용제 오젬픽도 지난 10월 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오젬픽의 성분은 세마글루티드로, 비만 치료용으로 알려진 위고비와 동일한 GLP1 유사체다. 같은 계열 약물이지만, 오젬픽은 현재 2형 당뇨병 환자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은 투여 56주차에 당화혈색소를 평균 1.3에서 1.6 퍼센트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보여, 기존 당뇨병 치료제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당화혈색소는 2에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장기 합병증 위험이 줄어든다. 오젬픽 역시 앞으로 약가 협상과 건정심 심의를 통과해야 실제 보험급여가 이뤄진다.
마운자로와 오젬픽은 모두 주 1회 투여로 혈당을 조절하면서 체중 감소 효과까지 기대되는 계열이라는 점에서, 실제 급여가 이뤄질 경우 2형 당뇨병 환자들이 체중 관리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고가 주사제 특성상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당국의 고민거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기반 치료제가 비만과 당뇨 영역에서 폭발적 수요를 기록하며 관련 기업의 기업가치와 생산능력 확충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은 계열 약물이 당뇨 적응증에서도 급여를 확보할 경우, 국내에서도 사용량 확대와 병원 처방 패턴 변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내 건강보험 제도 특성상 급여 범위, 투여 대상, 체중과 합병증 위험도에 따른 제한 조건 등이 세부 고시 단계에서 까다롭게 설정될 가능성도 크다. 비용 효과성, 장기 합병증 예방에 따른 재정 절감 효과, 비만 동반 환자 관리 측면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GLP1 기반 주사제와 GIP·GLP1 이중작용제의 급여 여부가 향후 2형 당뇨병 치료 전략의 기준선을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문의는 체중과 심혈관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료 지침이 옮겨가는 흐름을 고려할 때, 이번 급여 논의가 향후 5년간 국내 당뇨·비만 치료 생태계의 승자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마운자로와 오젬픽이 약가 협상과 건정심 심의를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건강보험 재정, 만성질환 관리 전략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성장과 제도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