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뽑은 K콘텐츠…펀덱스 어워드, AI 시대 기준 제시
데이터 기반 콘텐츠 분석이 K콘텐츠 산업의 평가 기준을 바꾸고 있다. K콘텐츠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18일 과천 메가존산학연센터 오디토리움에서 연 2025 펀덱스 어워드는 시청률 중심이던 기존 지표를 넘어, 온라인 반응과 확산력을 데이터로 수치화해 TV와 OTT 콘텐츠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앞세운 메가존클라우드와 펜타클이 후원에 참여하면서, 데이터 산업과 미디어 산업 간 융합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사는 펀덱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했으며, 방송과 미디어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원순우 대표, 핀플로우 차상훈 대표, 한국광고주협회 노승만 회장, 강재원 방송학회장, 김문연 펀덱스 어워드 자문위원장, 홍문기 한세대학교 교수, 최세정 고려대학교 교수, 권호진 SBS 미디어넷 부국장, 이환옥 에스피 파트너스 부장 등 데이터·광고·방송 전문가들이 참석해 데이터 기반 평가 방식의 의미를 짚었다.

펀덱스어워드는 전 과정이 100퍼센트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기존 시상식과 차별화된다. TV와 OTT 콘텐츠를 대상으로 온라인 화제성, 시청 반응, 재미 강도 지수, 출연자 경쟁력 지표 등을 수집해 알고리즘으로 산출한 뒤, 심사위원 평가 없이 자문위원단이 데이터 검수에만 참여해 주관 개입 여지를 줄였다. 정성적 심사 대신 정량 지표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으로, 3회째를 맞으면서 하나의 산업 표준 후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같은 구조는 최근 미디어 분석 분야에서 확산되는 AI·클라우드 기반 콘텐츠 인텔리전스 흐름과 맞물린다.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분산된 시청 행태를 통합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로그 데이터, 소셜 반응, 검색량 등을 통합 처리하는 데이터 레이크와, 이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다. 펀덱스 지수 산출에도 각종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제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정량화 과정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특정 장르나 출연자에 대한 편향을 줄이고, 예측 모델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환영사에서 펀덱스 어워드를 시청자의 반응을 모아 화제성이라는 데이터로 가시화하는 시상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작품과 제작진의 노력을 데이터를 통해 되짚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가 단순 참고 지표를 넘어, 기획과 제작, 편성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는 산업 인프라로 기능해 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광고 시장 관점에서의 변화도 부각됐다. 노승만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은 TV를 넘어 OTT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시청 환경에서는 시청률만으로 콘텐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펀덱스 어워드가 시청률이 포착하지 못하는 시청자의 반응과 온라인 확산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타깃 도달률, 참여도, 브랜드 연관성 등을 세분화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대되는 만큼, 광고 집행 전략과 제작 방향이 함께 재설계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경쟁 20개 부문과 비경쟁 8개 부문 등 총 28개 부문의 상이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수여됐다. 최종 펀덱스 작품 부문 대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출연자 부문 대상은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 박보검이 차지했다. 글로벌 OTT와 국내 스타 파워가 결합한 사례가 데이터에서도 강한 파급력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플랫폼별 지형 변화와 작품별 글로벌 도달 범위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K콘텐츠 수출 전략을 설계하는 참고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올해 신설된 펀덱스 데이터PD상과 메가존클라우드 특별상은 데이터 기반 평가가 기획과 제작 영역으로 스며드는 흐름을 보여줬다. 데이터PD상은 전현무계획2와 신병 시리즈의 민진기 감독, 일타스캔들과 백번의 추억의 양희승 작가에게 돌아갔다. 작품 완성도뿐 아니라 디지털 상에서의 반응과 화제성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이 제작진 평가의 핵심 항목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메가존클라우드 특별상은 소속 아티스트 출연작의 화제성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SM엔터테인먼트가 수상했다. 이는 아티스트, IP, 플랫폼 간 시너지 효과를 정량 데이터로 검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활용해 출연작별 반응, 팬덤 활동, 글로벌 확산 양상을 분석하면, 엔터테인먼트사는 캐스팅 전략과 IP 확장 방향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과 마케팅 자동화 도구와 결합할 경우, 향후 메가존클라우드와 같은 IT 기업과 콘텐츠 기업 간 협업 모델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이 이미 AI 추천, A B 테스트, 참여도 지수 등 데이터 분석을 편성과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펀덱스와 같은 데이터 지수가 확산되면, 방송사와 제작사는 전통 시청률 중심의 평가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 화제성, 팬덤 결집력, 재시청률, 글로벌 시청 분포까지 종합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경쟁 구도는 데이터 분석 역량과 알고리즘 정교함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데이터 활용 확대와 함께 저작권, 개인정보,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콘텐츠 소비 데이터와 SNS 반응은 개인의 선호와 행태 정보를 포함하는 만큼, 비식별화와 최소 수집 원칙 준수, 투명한 활용 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한 플랫폼 편향이 심화될 경우, 특정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가 전체 콘텐츠 생태계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데이터 기반 지수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산출 로직의 투명성, 시청자 데이터 보호,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가 정교해질수록, 제작 단계에서부터 목표 시청자와 유통 경로, 글로벌 확산 전략을 설계하는 데이터 드리븐 프로덕션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데이터가 창작의 자율성을 제약하거나, 단기 화제성에 편중된 기획이 반복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산업계는 펀덱스 어워드가 보여준 데이터 기반 평가 모델이 실제 편성, 투자, 글로벌 진출 전략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지, 그리고 기술과 창의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