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삐아 16대 급등…중국·일본 화장품 이슈에 K뷰티 테마주 변동성 확대

신채원 기자
입력

국내 K뷰티 색조 브랜드 삐아 주가가 중국 소비 회복 기대와 일본 화장품 규제 논의 등 대외 이슈가 겹치며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 테마 수급이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소형 화장품주 특유의 수급 왜곡과 외교 변수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오전 장중 기준 삐아 주가는 1만97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6.45 상승했다. 이날 시가 1만7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한때 1만1500원까지 오르며 1만원선을 재돌파했고, 거래량도 평소 대비 크게 늘었다. 화장품·K뷰티 테마와 중국 소비 기대가 맞물리며 소형 색조 화장품주 가운데 단기 급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삐아[4512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삐아[4512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흐름을 보면 삐아 주가는 10월 21일 1만430원에서 출발해 전일 종가 기준 1만850원, 이날 장중 1만970원까지 올라 약 4~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10월 말 1만1800원대까지 올랐다가 11월 중순 8900원까지 밀리는 등 저점과 고점 기준 약 30대 초반의 넓은 변동폭을 보였다.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방향을 위로 돌리며 기술적 반등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기술적 지표도 단기 추세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전일 종가 1만850원 기준 5일선은 약 9500원, 20일선은 약 1만원, 60일선은 약 1만28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급등으로 주가는 20일선과 60일선을 동시에 상향 돌파한 상태다. 6개월 전 1만1420원과 비교하면 아직 약 5가량 낮은 수준으로, 6개월 박스권 상단을 완전히 넘긴 단계로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급은 개인투자자 중심이지만 외국인 매매가 방향성을 좌우하고 있다. 최근 6거래일 기준 외국인은 11월 13일 144주 순매수 이후 14일과 17일 각각 1768주, 2161주 순매도했다가 18일 1726주 순매수로 돌아섰다. 19일 457주 순매도 후 20일에는 9406주 순매수하며 이 기간 누적으로 약 6890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 수급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되며, 외국인 매수가 늘면 주가가 급등하고 매도·관망 시 거래량이 급감하며 변동성이 줄어드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동일 업종과 비교하면 이날 주가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삐아는 약 16대 급등한 반면 에이피알은 1.48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홀딩스도 각각 0.3, 1.35, 0.81 하락했다. 삐아 시가총액은 약 1121억원으로 코스닥 708위 수준에 머무는 소형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0.6로, 두 자릿수 비중을 보이는 대형 화장품주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시장에서는 개인 매매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실적 측면에서는 고성장과 수익성 변동이 동시에 나타난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307억원, 2023년 383억원, 2024년 576억원으로 성장세다. 아직 2025년 연간 전망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분기 추정치 기준으로 성장 기조는 유지되는 모습이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022년 26.04에서 2023년 10.89, 2024년 9.61로 하락했고, 순이익률도 2024년 1.05까지 낮아졌다. 마케팅 확대와 각종 비용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2025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8억원, 순이익 14억원, 영업이익률 9.65, 자기자본이익률ROE 9.14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회복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밸류에이션은 중간 수준이다. 최근 주가 기준 삐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9배로 업종 내에서 에이피알50.36배, LG생활건강44.84배보다는 낮고 아모레퍼시픽15.64배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배대 중반으로 추정돼 자산가치 대비 일정 부분 프리미엄이 반영된 상태다. 배당수익률은 1.37로 고배당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장주 성격의 화장품주 가운데서는 안정적인 현금 배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비율 26.05, 당좌비율 293.92, 유보율 830 등 재무 건전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해 재무 구조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중국과 일본을 둘러싼 외교·규제 이슈다. 11월 중순 이후 중일 갈등이 재부각되면서 중국 내 일본산 화장품 수입 제한 가능성이 온라인과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거론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를 일본 브랜드의 공백을 한국 색조·기초 화장품이 메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로 받아들이며 K뷰티 테마를 자극했다. 삐아를 비롯한 화장품주들은 장 초반부터 동반 강세를 보이며 거래량이 폭증했고, 시장에서는 일본산 규제 논의와 K뷰티 반사이익 구도가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중 관계 개선 기대도 테마 강도를 높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소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정상외교 논의, 내년 6월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입국 허용 방침 등은 중국 관광·소비 회복 기대를 키웠다. 이른바 한한령 완화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색조·기초를 가리지 않고 K뷰티 업체들이 강세를 보였고, 삐아 역시 중국 소비 회복과 온라인 채널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되며 수혜주로 분류됐다. 이미 일본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온 이력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중국 추가 진출 여지까지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펀더멘털을 보면 색조 라인업과 브랜드 파워 강화가 재평가의 바탕으로 꼽힌다. 삐아는 아이라이너, 립틴트, 베이스 제품 등 색조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브랜드다. 자사 브랜드 다각화와 OEM·ODM 생산을 병행해 고정비를 줄이고 마케팅과 제품 기획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K뷰티 열풍과 SNS·커머스 채널 확산으로 중저가 색조 브랜드 성장 여지가 크다는 점이 부각되며 업황 회복 시 수혜 폭이 클 수 있다는 기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형 성장에 비해 주가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렀다는 인식도 강해 업종 랠리 구간에서 후행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제품·채널 모멘텀도 주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11월에는 글로우 틴트 신규 컬러 3종과 F·W 시즌 럭키 샤인 틴트 등 신제품이 잇달아 출시됐다.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와 공동 기획한 립글로스 오버 글레이즈는 1년간 11만개 이상 판매되며 이른바 국민 립글로스로 자리 잡았다. 시장에서는 히트 상품 실적이 색조 카테고리 내 소비자 선호와 재구매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업종 강세와 맞물려 삐아를 단순 테마주가 아닌 실적 기반 성장주로 재인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 전략 변화도 눈에 띈다. 온라인 중심 구조였던 삐아는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BBIA IN SEONGSU를 열며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성수동이라는 MZ세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체험형 매장과 콘텐츠를 내세워 브랜드 팬덤을 넓히고 온라인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노린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오프라인 확장이 단기 매출보다는 중장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해외 진출 시 레퍼런스를 쌓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내부 이슈로는 대표이사와 임직원 76명이 대규모 스톡옵션을 행사한 공시가 있었다. 행사 물량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임직원 돈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성장기 중소형 소비재 기업에서 흔한 인센티브 구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행사 물량 출회 가능성이 잠재적인 오버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요 주주들의 보유·매각 패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병행된다. 현재까지는 중국·K뷰티 테마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강해 스톡옵션 이슈가 직접적인 주가 압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뉴스·테마 관점에서 삐아는 K뷰티 화장품주, 그 중에서도 중저가 색조와 한한령 해제 수혜주로 분류된다. 일본산 화장품 규제 논의, 중국 단체관광 허용, 시진핑 방한 추진 등 단기 뉴스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며 화장품 섹터 전체의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재료도 외교·정책 변수였고, 제품 출시나 실적 발표는 테마를 보완하는 재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향후에도 중국 소비·관광 지표, 일본과의 갈등 수위, 중국 내 한국 화장품 규제 완화 여부 등 대외 변수 강도에 따라 삐아를 포함한 K뷰티 관련주의 열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종 업종과 비교했을 때 삐아의 강점과 약점은 명확하다. 강점으로는 최근 분기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 869.4, ROE 9.14 등 수익성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히트 상품, 다브랜드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성장성이 꼽힌다. 약점은 외국인 지분율 0.6에 불과한 낮은 기관·외국인 참여와 코스닥 708위에 그치는 소형 시가총액 구조다. 작은 수급 충격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실적과 브랜드 모멘텀이 유지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도 병존한다.

 

향후 주가 전망과 관련해 단기1개월 구간에서는 1만원대 초반이 중요한 매물대이자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최근 장중 고가 1만1500~1만1800원 구간은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될 수 있는 첫 저항대로, 이 구간을 상향 돌파할 경우 52주 최고가 1만3500원 재도전 기대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9000원선이 다시 붕괴될 경우 8000원대 초반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으며, 이 구간에서는 테마 강도 약화와 거래량 둔화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기6개월 관점에서는 중국 소비 회복 속도, 일본산 화장품 규제 논의의 실제 정책화 여부, 한한령 완화·재강화 가능성,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성과가 핵심 변수다.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중국 관련 뉴스 강도가 약화되고 화장품 업종에 대한 시장 관심이 다른 섹터로 이동할 경우 삐아 주가는 9000원 안팎 박스권에서 실적 모멘텀을 확인하는 기간 조정을 거칠 수 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중국 소비·관광 지표 회복과 플래그십 스토어·온라인 채널 확장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경우 업계 평균 PER를 상회하는 프리미엄이 유지되며 1만2000~1만3000원대 상단 밴드 재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삐아 투자를 둘러싼 핵심 리스크로 단기 테마 변동성, 소형주 특유의 수급 왜곡,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잠재 오버행, 중국·일본을 둘러싼 외교·규제 환경 변화 등을 지목한다. 특히 외국인·기관 비중이 낮고 개인 매매 비중이 높은 구조상 뉴스 흐름에 따른 일중·단기 주가 흔들림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관점의 투자자라면 K뷰티 업황과 색조 카테고리 성장성, 삐아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에 대한 판단을 우선 정리한 뒤, 테마보다 실적과 현금흐름 중심의 접근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시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중국 소비 지표와 외교 이벤트, 업계 실적 발표가 삐아를 비롯한 K뷰티 관련주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채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삐아#중국소비#k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