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사주 7만4천주 블록딜 후 10프센트 급락…삼양식품, K푸드 대표주서 단기 조정 국면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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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주가가 자사주 전량 매각 여파와 파생상품 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가 겹치며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단기간 급등으로 고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통 물량 증가 우려와 레버리지 포지션 축소 매물이 동시에 출회되며 K푸드 대표 성장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중국 공장 증설과 글로벌 불닭 수요 확대에 기반한 구조적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맞선다.

 

1일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장중 기준 삼양식품 주가는 1,302,000원으로, 전일 대비 143,000원 하락해 약 9.90프센트의 급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가는 1,435,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1,440,000원까지 올랐다가 1,300,000원까지 밀리는 등 하루 변동 폭이 10퍼센트포인트에 육박했다. 음식료 업종 내 대표 성장주로 꼽히던 종목이 하루 만에 8프센트 이상 되밀리며 단기 과열 구간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양상이다.

삼양식품[00323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삼양식품[00323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보면 11월 초 1,356,000원 수준에서 출발한 뒤 장중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1,630,000원까지 연고점을 높였다가 현재 130만 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1개월 누적 수익률은 약 마이너스 4프센트 안팎에 불과하지만, 중간에 20프센트 수준의 되돌림이 나온 탓에 투자자 체감 변동성은 상당히 큰 편이다. 6개월 기준으로는 5월 말 1,111,000원 부근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약 17프센트 상승해 여전히 중기 상승 추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고점 대비로는 20프센트가량 조정이 이뤄졌다.

 

기술적 흐름도 단기 추세 전환 조짐을 드러낸다. 그동안 삼양식품 주가는 5일선과 20일선을 잇달아 상향 돌파하며 우상향 패턴을 유지했으나, 이날 급락으로 단기 이동평균선을 모두 하회했다. 시장에서는 과열 국면에서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되며 속도 조절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거래량에서는 조정 국면 특유의 매물 출회가 확인된다. 최근 한 달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6만2천 주로, 최근 6개월 평균인 약 5만3천 주를 웃돈다. 특히 이날에는 장중 거래량이 8만5천 주를 넘어 한 달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자사주 매각 이슈와 주식선물 가격제한폭 확대 소식에 반응해 매도·매수 세력이 동시에 몰리면서 거래가 과열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방향성이 엇갈렸다.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집계된 수급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약 1만1천여 주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약 5만4천여 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가 확대된 구간에서는 주가 조정 폭이 커졌고, 기관 매수세가 들어온 날에는 단기 반등이 나타나는 등 수급 변화가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패턴이 나타났다.

 

동일 업종 내 위치를 보면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라면과 스낵에 강점을 지닌 오리온, 종합 식품업체 CJ제일제당, 커피·음료 중심의 동서, 라면·스낵 강자인 농심과 주로 비교된다. 최근 등락률을 보면 삼양식품은 마이너스 9프센트대로, 오리온 마이너스 0.28프센트, 농심 마이너스 3.69프센트와 비교해 조정 폭이 두드러진다. 시가총액은 약 9조8천억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62위에 올라 있다. 음식료 업종 내에서는 대표 대형주, 전체 시장에서는 중대형 성장주 그룹에 속한다는 평가다.

 

상장주식수는 7,533,015주로 유통 물량이 적지 않은 편인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18프센트대, 기관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는 등 중장기 투자자 비중이 높은 점도 특징이다. 외국인 비중은 오리온의 32프센트대보다는 낮지만, 농심의 19프센트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K푸드와 음식료 업종 내 글로벌 성장주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와 수익성 지표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매출액은 2022년 9,090억 원에서 2023년 1조1,929억 원으로 약 31프센트 늘었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2024년 1조7,280억 원, 2025년 2조3,787억 원까지 증가가 예상돼 연간 30~40프센트대 고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 9.94프센트에서 2024년 19.94프센트, 2025년 22프센트대까지 개선이 예상돼,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고마진 구조로 체질이 개선되는 구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OE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2022년 18.92프센트에서 2023년 24.81프센트로 뛰었고, 2024년에는 39프센트대, 2025년에는 41프센트대가 제시돼 동종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돈다. 부채비율은 100프센트 안팎에서 90프센트 초반대로 완만히 낮아지고 있으며, 당좌비율도 100프센트를 상회해 유동성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배당수익률은 0.25프센트 수준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전통 소비재·음식료 업종 특성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해 배당보다는 성장성 중심 투자 종목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PER이 20배 중후반대로 오리온과 농심 등 동종 음식료 대형주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 구간에 위치해 있다. ROE 40프센트대, 영업이익률 20프센트 내외의 고수익성이 이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성장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향후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얼마나 상회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유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촉매는 자사주 매각이다. 삼양식품은 11월 중 보유 중이던 자사주 7만4천여 주를 해외 기관투자자 3곳에 할인 방식으로 일괄 매각해 900억~1,000억 원 수준의 현금을 조달했다. 회사 측은 중국 공장 증설 등 장기 성장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직전 시점에 매각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해 주주환원보다는 현금화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됐다.

 

유통주식수 증가 가능성에 따른 오버행 우려와 향후 추가 지분 변동, 자금 조달 이벤트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이미 연초 대비 세 배 이상 오른 고점 구간에서 대규모 매물이 출회된 만큼 차익 실현 수요와 겹치며 하락 압력이 증폭된 셈이다. 자사주 관련 제도 변화와 정치·정책 리스크가 종목 고유 이슈와 맞물리면서 성장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시각이 우위를 점하는 구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도 현물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 삼양식품 주식선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해당 선물의 가격제한폭을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레버리지 거래 투자자들은 선물 가격 널뛰기에 따른 현·선물 괴리 우려가 커지자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차익 실현과 손절 매도가 현물 시장으로 번지며 낙폭이 확대되는 전형적인 고변동성 장세가 연출됐다.

 

기업 펀더멘털 차원에서는 중국 공장 증설과 글로벌 마케팅 강화가 중장기 성장 축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중국 자싱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불닭 브랜드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 LA 팝업 스토어와 서울 성수동 ‘삼양1963’ 팝업 등 국내외 마케팅 활동은 브랜드 인지도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투자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매출 레벨업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프리미엄 라면과 간편식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 불닭납작당면 2인분 파우치 제품 등은 단가와 제품 믹스를 개선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제품·마케팅 이슈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자사주 매각과 같은 굵직한 자본시장 이벤트에 비해 단기 주가 방향성을 바꾸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버넌스와 법적 리스크도 변수로 남아 있다. 전임 회장의 허위 세금계산서 관련 재판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로 유지된 점, 성북에서 명동으로의 본사 이전과 조직 개편 이슈 등은 일부 투자자에게 관리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요인이다. 직접적인 실적 악재는 아니지만, 고평가 구간에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스와 테마 관점에서 삼양식품은 K푸드, 라면, 중국 소비, 해외 수출, K컬처 밸류체인 등 여러 키워드에 걸쳐 있다. 글로벌 ETF와 액티브 펀드가 K컬처·K푸드 연계 소비재 종목으로 편입하면서 중장기 수급에는 긍정적이지만, 단기 급등 이후에는 테마 자금 이탈 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부작용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한 달 흐름을 두고 시장에서는 성장 기대와 주주환원·지배구조 우려, 파생시장 변동성이 뒤섞인 수급 교란 구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삼양식품은 영업이익률과 ROE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인다. CJ제일제당과 비교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규모는 작지만, 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반면 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는 오리온·농심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향후 주가 전망과 투자 전략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단기 조정과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매각에 따른 오버행 심리 해소와 파생상품 시장 변동성 완화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기술적 지지선으로는 130만 원 안팎 수급 안정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며,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125만 원선 이탈 시 과거 조정 구간인 115만 원 안팎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30만~135만 원대에서 거래가 재차 안착하고,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이 중국 공장 증설과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다는 점이 내년 상반기 실적에서 확인될 경우 150만 원 이상 고점 영역 재차 테스트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향후 6개월 관점에서는 중국 공장 증설 진척도와 글로벌 불닭 수요 유지 여부, 자사주 제도·지배구조 이슈가 추가 악재 없이 관리되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레버리지 활용이나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파생시장 변동성 진정과 실적 모멘텀 재확인 여부를 점검한 뒤 단계적 분할 접근 전략이 보다 보수적인 선택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당분간 자사주 관련 제도 변화에 따른 추가 지분 변동 가능성, 주식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가격 왜곡, 원자재와 환율 변동이 마진에 미치는 영향, 전임 경영진 관련 법적 리스크 재부각 여부 등 복합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투자 성향에 맞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향후 실적과 규제 환경, 글로벌 수요 흐름이 삼양식품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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