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한국 규제 모델로 간다"…식약처, 나이지리아 참조기관 공식 등재

박진우 기자
입력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이지리아 식품의약품청(NAFDAC)으로부터 백신과 의료기기 분야의 '참조기관'으로 공식 인정받으며 국내 바이오·의료 산업의 수출 전략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나이지리아 식약청은 최근 규제 신뢰에 관한 제도를 개정함에 따라, 대한민국 식약처의 평가 결과를 자국 백신 및 의료기기 허가심사 절차에 직접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최근 WHO 우수규제기관목록(WLA)에 전 기능 등재된 식약처의 규제역량을 국제적으로 입증받은 이후, 신흥시장에서 한국식 규제 모델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 제조된 백신, 의료기기 제품의 나이지리아 시장 진입 기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식약청이 공식 참조를 허용함에 따라, 기존 현지 심사 대비 자료 제출 절차와 기간이 대폭 간소화된다. '신뢰기반 인정제도(Reliance Pathway)'를 활용해 양국 평가자료의 상호신뢰를 전제로 심사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이자 의료시장 확장세가 가파른 나이지리아 진출이 한층 유리해진 셈이다. 이전까지 국가 간 규제차, 서류 인증 통관 등의 입문장벽이 컸던 데 비해, 이제는 국내 규제 인증을 신흥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규제환경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미국에선 EMA, FDA 등 규제당국 간 신뢰체계가 구축된 반면, 신흥국들은 선진 규제기관 참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식약처는 최근 필리핀, 파라과이, 에콰도르, 이집트 등으로 참조기관 지위를 확장해왔으며, 아프리카 대표국가까지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한국의 바이오·의료산업이 기존 선진국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흥시장에 맞는 맞춤형 진출전략을 모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의 WLA 등재, 국제 규제당국 협력, 현지 제도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이 주목을 받는다. 국내 제약·의료기기업계도 이번 성과를 새로운 수출동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의료기기산업협회, 식약처 관계자들은 "글로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견고한 규제외교"라며 국내 업계 수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참조기관 인정은 수출 속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바이오·의료제품 경쟁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한다. 앞으로 데이터 표준화, 상호인증 확대 등 추가 협력과제도 남아 있는 만큼, 지속적인 국제 규제 조율과 업계 대응 역량이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참조기관 등재가 신흥시장 내 의료제품 수출 활성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역량뿐 아니라 제도와 규제 환경 간 균형이 글로벌 성장의 핵심 조건임이 재확인되고 있다.

박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식약처#나이지리아#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