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보안시설 차단”…구글, 지도 반출 조건 수용 시사에 업계 촉각
구글이 한국 내 지도 서비스 제공 확대를 위해 정부가 요구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 중 일부를 받아들일 방침임을 밝혔다. 지도상 위·경도 좌표 표시를 막고 보안시설 이미지를 흐림처리(블러)하는 등 보안지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핵심 요구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는 선을 그으며 논란은 장기화 전망이다. 지도 데이터 반출을 둘러싼 한미 통상 협상 변수도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9일 구글은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려면 정부가 제시한 일부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 측은 한국 지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위·경도 좌표는 국내외 사용자 모두에게 표시하지 않고, 보안이 우려되는 주요 시설은 자체적으로 흐림 처리해 노출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도 플랫폼에서 장소 클릭 시 노출됐던 위치 좌표와 지도 내 민감 시설 정보 공개가 사실상 차단되는 방식이다.

구글의 이 같은 조정안은 기존 방침과 달라진 것이다. 과거 구글은 “플랫폼 내에서만 블러 처리해도 위성 이미지 자체에는 정보가 남는다”며 보안시설 가림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위험성을 직접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길 찾기 등의 서비스를 위해 꼭 1대 5000 축척의 세밀한 정밀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서울 등 대도시는 1대 2만5000 지도만으로는 현실적 길 안내가 어렵다. 1cm가 250m를 표현하는 만큼 실거주자와 여행자 모두 실질적 길찾기 기능을 누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도 서비스는 국내에 1대 5000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일부 기능만 운영하되, 정밀지도의 해외 서버 처리는 불가해 도보, 자동차 길찾기, 3D 지도처럼 통합적 활용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문제에 대한 입장차다. IT업계는 “한국에 데이터센터 설치시 지도 데이터 현지 보관·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글 측은 “전세계 20억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플랫폼 특성상 글로벌 분산처리가 필수”라며 국내 설치만으론 서비스 완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프로세싱 병행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데도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거부하는 것은 법인세 등 의도된 경영 판단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미국 측이 디지털세, 데이터 무역 장벽을 이유로 한국의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지적하면서 한미 통상협상이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양국 협상 세부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디지털 장벽 논의는 언제든 글로벌 무역 이슈”라고 설명했다.
경쟁 국가의 경우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다국적 플랫폼 관리체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도 데이터 사용의 국제화와 현지 규제의 조화가 향후 IT 플랫폼 주도권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결정이 기술과 시장의 접점에서 지도 플랫폼의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