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속에서도 독립성 지켰다”…최재해, 감사원장 퇴임하며 소회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쳤던 한 해였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4년 임기를 마치며 퇴임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최초로 탄핵소추에 직면했던 최재해 원장은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며 소회를 밝혀, 퇴임식장은 숙연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고 어려움도 많았다.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지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오해와 논란 속에 탄핵소추라는 전례 없는 상황도 겪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때로는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감사원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으며 그 길을 선택해 왔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최재해 원장은 감사원장 재직 중 외풍에 맞서며 조직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도 남겼다.
지난해 12월 5일, 비상계엄 직후 국회가 ‘부실감사·표적감사’로 소추안을 통과시키며 최재해 원장은 헌정사 처음으로 탄핵심판에 넘겨졌다. 100일에 가까운 직무 정지 기간 끝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3일 전원일치로 탄핵소추를 기각, 최 원장은 복귀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을 둘러싼 시험대였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감사원 내부 분위기는 “조직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헌재 결정까지 기다리며 버텨냈다”는 신중론과 “감사원 수장의 역할과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자성론으로 엇갈렸다. 정치권 역시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은 여전히 뜨거운 쟁점으로, 여당은 감사원 자율성 강화를 주문했고 야당은 권력 감시 기구로서의 본분을 재차 강조했다.
임기 동안 최재해 원장은 기관 정기감사 내실화, ‘감사인 헌장’ 제정, 공공감사기준 전면 개정, 전략적 감사기획 시스템 구축, 예방감사 확대 등 조직 혁신의 결실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사에서는 ‘존이구동’과 ‘화이부동’이라는 키워드로 “차이를 존중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때, 그 속에서도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아야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최 원장은 1963년 감사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내부 출신이 원장에 오른 사례였다. 정치권은 최 원장의 퇴임을 두고 감사원 독립성의 새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차기 원장 인선 및 감사원 정상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국회는 감사원장 퇴임을 중심으로 감사 절차와 조직 혁신의 방향성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으며, 정부는 감사원 독립성 보장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