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동안숨멎는수면무호흡증”…디지털헬스가잡는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멎는 수면무호흡증이 심뇌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의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디지털 헬스 기술이 새로운 관리 해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병원 중심의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더해, 가정용 웨어러블 센서와 스마트폰 앱,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진단·치료 전주기에 연결되는 흐름이다. 수면의 질을 정량화해 장기 데이터를 축적하면 합병증 위험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수면·심혈관 헬스케어 시장 재편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 특히 기도가 반복적으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막혀 호흡이 멈추거나 약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비중격 만곡, 편도 비대, 작은 턱이나 큰 혀처럼 기도 공간을 좁히는 해부학적 요인과 목 주변 지방이 두꺼워지는 비만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기도가 좁아져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 뇌는 이를 위기 신호로 인식해 반복적인 각성을 유도하고, 깊은 잠이 끊기면서 전신에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고혈압, 심부전, 부정맥,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 같은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우울·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야간에는 심한 코골이와 숨이 막혀 헐떡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잦은 각성으로 수면이 자주 끊긴다. 낮에는 이유 없는 졸음과 집중력 저하, 두통, 구강 건조 등이 대표적인 경고 신호다. 문제는 환자 본인은 자는 동안 벌어지는 일을 인지하기 어렵고, 피곤함을 단순 과로 탓으로 돌리기 쉽다는 점이다.
정확한 진단의 표준은 수면다원검사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무호흡·저호흡 횟수, 코골이 강도, 산소 포화도 변화, 뇌파, 근전도, 심전도 등을 동시에 측정해 질환 유무와 중증도를 판정한다. 최근에는 병원 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정용 간이 수면검사, 손목 밴드형 장치, 스마트워치가 보급되면서 접근성이 넓어지는 추세다. 일부 웨어러블은 혈중 산소 포화도, 심박 변이도, 뒤척임 패턴을 장기간 측정해 수면무호흡 가능성이 높을 때 앱을 통해 검사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연계된다.
치료의 중심축은 여전히 양압기다. 일정 압력의 공기를 마스크를 통해 상기도로 불어 넣어 기도가 좁아지거나 닫히는 것을 막는 장치로, 야간 무호흡과 산소 저하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양압기는 기기 내 센서를 통해 사용 시간, 누설량, 무호흡 지수 등을 실시간 기록하고,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의료진이 원격으로 순응도를 관리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환자는 스마트폰 앱에서 자신의 수면 점수와 사용 경향을 확인하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 장기 사용률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부학적 구조 이상이 뚜렷한 환자에게는 편도나 아데노이드를 줄이거나, 늘어진 연구개와 목젖을 다듬어 기도 공간을 넓히는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다만 수술 효과는 개인차가 크고, 모든 환자에게 권고되지는 않아 정확한 영상·내시경 평가와 전문의 상담이 필수로 여겨진다. 구강내 장치도 선택지다. 마우스피스 형태의 장치를 착용해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넓히는 방식으로, 중등도 이하 환자나 양압기 적응이 어려운 사람에게 대안이 된다. 최근에는 3차원 스캐닝과 3D 프린팅으로 개인 맞춤 장치를 제작하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기술이 도입되며 착용감을 개선하는 흐름이다.
생활습관 교정은 IT 기술과 가장 맞물리기 쉬운 영역이다. 체중 관리가 핵심인데,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목 주변 연조직에 지방이 쌓여 기도가 좁아진다. 칼로리 섭취량과 활동량을 추적하는 헬스 앱, 음식 사진 기반 칼로리 분석, 스마트 저울이 수면 데이터와 연동되면 체중 변화와 수면무호흡 지표 간 상관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수면자세 교정도 중요하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는 혀와 연구개가 뒤로 밀려 기도 폐쇄 위험이 커지지만, 옆으로 자면 이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일부 디지털 헬스 기기는 체위 변화를 감지해 등을 대고 오래 누우면 진동 알림이나 침대 각도 조절로 자세를 바꾸도록 돕고 있다.
수면 부족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정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권고되며,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은 기상·취침 시간, 조도, 소리 환경까지 수집해 맞춤형 수면 위생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알코올과 흡연은 각각 기도 근육 이완과 기도 점막 부종을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디지털 금연·금주 프로그램과 연계한 관리 모델도 확산 가능성이 있다.
코 건강 관리도 간과할 수 없다. 비염이나 만성 코막힘으로 코로 숨쉬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면 입으로 호흡하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기도 협착이 심해질 수 있다. 최근 일부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간단한 설문, 수면 소음 분석을 결합해 비강 호흡 장애 가능성을 스크리닝하고, 필요 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연계하는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의약 분야에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활용해 수면무호흡증 부담을 줄이려는 임상 연구가 해외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혈당과 체중을 동시에 조절하는 약제가 비만 환자의 수면무호흡 지표를 개선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로, 기존 양압기나 수술과 병행하는 복합 치료 전략의 일환이다. 아직 정립된 표준 요법은 아니어서 안전성과 장기 효과 검증이 관건으로 꼽힌다.
데이터와 AI를 접목한 정밀 관리 모델도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수면다원검사 데이터와 웨어러블 수면 로그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무호흡 패턴, 산소 포화도 저하 양상, 심박 변이도를 종합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조기에 경고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심전도 패치, 링 형태 웨어러블과 연동해 수면무호흡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보험사와 연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원격 모니터링과 의료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규제 정비가 병행되면 유사한 서비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의료 데이터는 고도의 개인정보로 분류돼 있어, 수면·심혈관 데이터를 장기간 수집하고 AI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비식별화, 동의 절차, 보안 체계 구축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 기반 수면무호흡 관리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규제 체계와 개인정보 보호 법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융합 사례라고 지적한다.
홍승노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수면 중 코골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해 개인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적절한 예방과 관리를 통해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의료와 IT가 결합한 감시·진단·치료 솔루션이 실제 진료 현장과 보험 체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