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께 직접 감사 드린다”…이재명, 계엄 1년 맞아 시민대행진 동참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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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의 기점이 된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두고 청와대와 거리 정국이 마주 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장외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로 하면서, 계엄 극복의 상징인 빛의 혁명을 둘러싼 정치적 의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2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오후 7시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주관하며,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범진보·개혁 성향 정당들이 함께할 계획이다.

현직 대통령이 시민단체 주최 집회 현장에 나서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계엄 선포로 촉발된 민주주의 위기 국면을 시민의 힘으로 돌파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새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주의 국정 기조를 거리에서 재확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행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빛의 혁명은 계엄 정국 당시 촛불과 조명으로 광장을 메운 시민 저항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 왔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행사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위대한 대한국민에 대한 감사를 현장에서 직접 드리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며, 경호 문제도 대통령실에서 세심하게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차원의 경호·안전 대책을 병행하면서도 시민들과의 직접 접촉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일정은 오전부터 빽빽하다. 우선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해 비상계엄 사태 극복 과정과 앞으로의 한국 사회 발전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어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계엄 정국의 경험과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에 설명하며, 새 정부의 개혁 기조와 외교·안보 비전을 함께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전 일정을 마친 뒤에는 입법·사법·행정부, 헌법기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계엄 사태를 거치며 흔들렸던 헌정 질서와 권력 분립 원칙을 재정립하자는 메시지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5부 요인과의 오찬은 계엄 정국에서 각 기관이 담당했던 역할과 향후 재발 방지 장치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도 개혁과 민주주의 복원 과제를 둘러싸고 협력의 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도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3일 낮에 노동안전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해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 현장의 안전 대책을 점검하고,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의료와 응급의료 인프라 보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김 총리는 주한 외교단 초청 리셉션에 참석해 계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과정과 경제·외교 정책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친여권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국정 방향과 개혁 드라이브, 계엄 청산 작업의 성과를 지지층을 상대로 부각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거리 행보를 놓고 해석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국민 저항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는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야권은 대통령이 특정 성향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국론 통합보다는 진영 결집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시민단체가 준비 중인 내란외환 청산과 사회 대개혁 요구가 구체적인 입법·정책 과제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따라, 향후 국회와의 협치 국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국회가 논의 중인 계엄 관련 제도 개선, 군 통수권 견제 장치, 검찰·정보기관 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날 메시지가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열리는 대국민 성명, 외신 기자회견, 5부 요인 오찬, 시민대행진 참여는 계엄 정국 1년을 하나의 정치적 이정표로 세우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회와 대통령실, 시민사회는 계엄 1년을 계기로 권력 남용 방지와 민주주의 심화 방안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향후 관련 입법과 제도 개선 과제를 관계 부처와 협의해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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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민석#빛의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