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회의 국익 기여 높았다”…국민 74% 긍정 평가, 역대 최상위 수준
정치권과 국민의 여론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격돌했다. 2025년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된 한국갤럽 전국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이번 회의가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답하며 외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APEC 성과를 두고 진보와 보수, 지지 정당별로 온도차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국익 기여도를 묻자, ‘매우 도움됐다’가 49%, ‘약간 도움됐다’가 25%를 기록해 긍정 평가는 74%에 달했다. 반면 ‘별로 도움되지 않았다’ 7%,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가 6%로 나타나 부정적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견 유보’ 응답도 12%였다.

집단별로 보면 성향 진보층의 91%, 중도층의 83%, 보수층의 60%가 ‘국익에 도움됐다’고 답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절반을 넘는 5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통령 직무 평가별로는 부정 평가자에서조차 긍정 42%, 부정 40%로 엇갈린 반응을 보여, 이번 정상회의 외교 성과에 대한 국민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
세부 이유로는 ‘대미 관세 협상 성과’가 18%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 홍보나 국격 제고’ 12%, ‘핵추진 잠수함 승인’ 9%, ‘경제에 도움’과 ‘각국 정상과의 만남’이 각각 7%, ‘국가 간 교류’와 ‘엔비디아 AI 협력 및 GPU 확보’가 각각 6%로 조사됐다. 반대로 ‘구체적 성과 없음’(24%), ‘관세 협상 잘못’(16%), ‘협상 내용 불투명’(12%)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익 기여 평가가 높아진 배경에는 10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연 200억 달러 현금 투자,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 굵직한 외교 결과가 발표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본회의에는 불참했으나, 대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APEC 기간 중 전해지면서 국민의 긍정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국익에 도움됐다’ 58%(한국갤럽 조사)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경주 APEC 회의에 대한 국민 평가는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교 이슈가 국내 정치뿐 아니라 민심에도 직간접적으로 파급력을 미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2.7%였다.
정치권은 APEC 회의를 둘러싼 외교 성과 해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향후 정부와 국회가 후속 외교일정과 실무 협상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