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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안전 논란”…오스트리아, 미성년자 수술 참여 파장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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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임의적 수술 참여 논란이 전 세계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 신경외과 의사가 12세 딸에게 실시간 수술 현장에서 환자의 두개골에 드릴을 사용해 구멍을 뚫게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의료윤리와 환자 안전을 둘러싼 신뢰 위기가 재점화됐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파장이 의료 행위에 대한 국민적 감시를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와 최첨단 수술기술의 안전성·책임성 논의까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의료 현장 내 미성년자 접근이나 수술 참여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의료 윤리와 환자 신뢰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23년 1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지역의 병원에서 발생했다. 뇌손상 긴급 환자의 신경외과 수술 도중 보조 의사가 미성년자인 자신의 12세 딸을 수술실에 데려와, 수술용 드릴을 환자 두개골에 직접 사용하도록 허용했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해당 의사 측은 “딸이 실제로 드릴을 사용하진 않았고, 의료진이 장비를 통제했다”고 주장하지만, 기계적 행위 여부와 무관하게 환자의 신체적 안전과 인권, 일차적 보호 의무가 훼손됐다며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기기 사용에 있어서는 면허 보유자와 피험자 모두의 동의, 안전 장치 등의 철저한 규범이 요구된다. 전문 의료 인력이 아닌 미성년자의 직접적인 수술 참여는 법·제도적으로 명확히 금지돼 있으며, 잠재적 위해 가능성만으로도 중대한 윤리적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모든 수술실 출입 인원과 절차의 전자기록(EMR) 및 실시간 영상기록, 인공지능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등 의료 현장의 투명성과 정보보호가 중시된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감시가 일상화된 글로벌 의료 데이터 환경에서도,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이미 병원 내 출입·수술 참여기록을 실시간 데이터화하고, 원격감사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등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 장치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오스트리아 사건을 계기로, 유럽 각국은 의료진에 대한 자격 인증과 출입 통제, 수술 교육 및 환자 동의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오스트리아 법원은 “환자 존중과 잠재적 위해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며, 피의자 신경외과 의사에 대한 처벌 여부를 12월 재판에서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의료계 일부에선 “행위의 실제 위험이 없었다 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의 최소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AI, 로봇수술 등 미래 생명공학 기술 경쟁 속에서도, 인간 의료진의 기본 윤리와 환자 보호 원칙이 모든 기술혁신의 전제 조건이 된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의료 현장 실시간 데이터감시, 엄격한 출입·자격관리 인프라 등이 조속히 표준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의료산업 성장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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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신경외과#수술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