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감기약 경쟁 격화”…이부프로펜·액상제형 전면에
급격한 기온 하락과 함께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예년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지면서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감기와 독감 환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생활 패턴과 증상 유형, 제형 선호도에 맞춘 맞춤형 감기약을 잇달아 선보이며 수요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 다변화 움직임이 약국용 감기약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종합감기약 씨콜드프리미엄정을 리뉴얼 출시했다. 낮과 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성분을 달리해 콧물, 코막힘, 기침, 인후통 등 복합 증상을 시간대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낮에는 졸리지 않게, 밤에는 숙면을 돕는 콘셉트로, 활동과 수면, 회복 사이클을 끊기지 않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주간용은 활동 중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 성분을 제외하고 카페인도 넣지 않아 집중력 유지와 안정적인 일상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야간용에는 항히스타민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을 포함해 기침과 콧물, 재채기를 줄여주도록 구성해 숙면을 유도하도록 했다. 알약 색상과 표기도 주간용은 주황색과 CCD, 야간용은 파란색과 CCN으로 구분해 복용 시간대 혼동을 줄였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기존 약국 시장에 없던 조합을 내세워 이부프로펜 기반 종합감기약 3종을 출시했다. 맥시부펜콜드, 맥시부펜코프, 맥시부펜노즈 연질캡슐 시리즈로, 각각 종합감기, 인후통 중심, 코막힘·콧물 중심으로 증상별 세분화를 적용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주요 증상에 맞춰 선택하도록 한 전략이다.
맥시부펜 시리즈의 주성분 이부프로펜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해열과 진통뿐 아니라 소염 효과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후통이나 근육통처럼 염증이 동반된 감기 초기 증상 완화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부프로펜을 종합감기약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월 일반의약품 감기약 표준제조기준을 개정하며 이부프로펜을 새롭게 포함했고, 이에 따라 관련 조합 제품의 약국 유통이 가능해졌다. 규제 변경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 출현으로 이어진 사례다.
한미약품은 이미 유소아 해열진통제 써스펜키즈시럽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질캡슐 3종을 더해 연령과 증상 범위를 넓힌 감기·해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소아용 액상과 성인용 연질캡슐을 함께 보유하면서 약국 채널에서 브랜드 노출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액상 제형 선호도가 높아지는 흐름도 뚜렷하다. 삼진제약은 같은 달 락콜드 종합시럽과 락콜드 코프시럽을 출시하고 액상 감기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제품은 일반 액제보다 점도를 높인 시럽 제형으로 만들어 목 점막에 유효 성분이 더 오래 머무르게 해 기침 억제와 인후통 완화 효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락콜드 종합시럽은 발열과 기침, 가래, 콧물, 인후통 등 전반적인 감기 증상을 두루 겨냥한 구성이며, 락콜드 코프시럽은 기침과 가래에 특화된 조합으로 설계됐다. 환자 증상에 따라 약사가 두 제품을 구분 추천할 수 있어, 현장에서는 상담 편의와 복약지도 정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아제약은 진통제이자 감기 관련 통증 완화 수요까지 겨냥한 액상형 원큐 시리즈 리뉴얼로 대응했다. 원큐 라인업 3종은 기존 연질캡슐 대비 캡슐 크기를 줄여 삼키기 편하게 했고, 뉴네오솔 공법을 적용해 체내 흡수 속도를 약 3.3배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이브원큐는 이부프로펜을 주성분으로 두통, 편두통, 근육통 등 일반 통증은 물론 인후통과 근육통을 포함한 감기 관련 염증성 통증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시간대별, 증상별, 제형별로 감기약을 세분화하는 배경에는 감염 양상의 변화와 소비자 요구가 맞물려 있다. 올해처럼 인플루엔자 유행이 앞당겨진 상황에서는 감기와 독감이 겹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증상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점도 약국 방문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택근무와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일반화되면서 낮에는 활동 유지, 밤에는 숙면 보장을 원하는 수요도 뚜렷해졌다.
시장 측면에서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이 여전히 약국 채널의 핵심 카테고리인 만큼, 업체별 차별화 포인트 확보가 중요해졌다. 주야 분리형, 이부프로펜 기반 조합, 고점도 시럽 등은 경쟁 제품과의 간극을 벌리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액상형과 연질캡슐 제품은 복용 편의성과 빠른 흡수 속도를 강조하면서 젊은 층과 바쁜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부프로펜 기반 감기·해열 복합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 표준제조기준 개정이 늦게 이뤄지면서 도입 시기가 다소 뒤처져 왔다. 이번 기준 변경을 계기로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수준의 조합과 제형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소염진통제 계열 약물의 경우 위장 장애나 특정 기저질환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 이슈가 존재하는 만큼, 복약지도와 경고 문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품 다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약국 매출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감기 치료 패턴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증상별·시간대별 조합을 통해 불필요한 성분 복용을 줄이고, 환자 맞춤형에 가까운 일반의약품 선택이 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감기와 독감, 코로나19 등 여러 호흡기 감염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에서 증상만으로 자가 판단해 약을 선택하는 행태가 늘어날 경우, 중증 환자 발견이 늦어질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경쟁력을 높인 감기약을 선보이고 있다며 올해처럼 유행 시기가 빨라진 경우 감염 확산 속도도 빨라 증상이 악화되거나 중복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신제품 감기약들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처방 대체 효과와 매출 성장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계절성 호흡기 질환 관리 패턴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