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로 게임업계 판 바꾼다”…엔씨, KCGS A등급 5년 연속
ESG 경영이 게임 산업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국내 대표 ESG 우수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5 ESG 평가에서 5년 연속 종합 A등급을 받은 유일한 게임사로, 환경 정보 공개 확대와 글로벌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체계, 이사회 다양성 강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경영 역량이 글로벌 투자 유치와 규제 대응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25일 한국ESG기준원이 공표한 2025 ESG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KCGS 평가는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의 경영 체계와 성과를 정량·정성 지표로 분석하는 제도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ESG 평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동일 등급을 5년 연속 유지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가 유일해, 게임 산업 내 ESG 레퍼런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핵심은 정교한 데이터 기반의 환경 정보 공개다. 엔씨소프트는 국내를 포함한 미국, 일본, 대만 등 8개 해외 법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배출과 간접 배출을 넘어 기타 간접배출까지 포괄하는 스코프 3 영역까지 공개하고 있다. 스코프 3는 협력사 활동, 이용자 사용, 물류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뜻하는 개념으로, 산정이 복잡해 많은 기업이 공개를 주저하는 영역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스코프 3 보고 범위를 기존 5개 카테고리에서 7개로 넓히고 최신 국제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적용해 데이터 정확도를 높였다. 단순 공시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검증 가능한 수치를 제시해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조치는 게임 산업에서도 탄소 발자국 관리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탄소 규제와 친환경 금융 기준 강화에 선제 대응하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사회 분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보안 역량이 핵심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국경 간 개인정보 이동을 위한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인증 제도인 CBPR을 취득한 바 있다. CBPR은 다국적 서비스가 국가마다 다른 개인정보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체계로, 북미와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정보보호 관리체계 국제표준인 ISO 27001과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국제표준인 ISO 27701 인증을 지속 유지하며 글로벌 이용자 보호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게임 제작사가 다루는 이용자 데이터는 로그인 정보, 결제 내역, 행동 로그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글로벌 규제기관의 감시가 강화되는 영역이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외 인증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보안, 활용 체계를 다층적으로 검증받으면서 플랫폼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와 이용자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가족 친화적인 근로 환경 조성, 안전보건 위험 관리 체계 고도화 등 인적 자원 관리 측면의 프로그램도 사회 부문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이사회 구조 개선이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다양한 성별과 전문 배경을 가진 이사진을 확보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코드에서 핵심 지표로 작용하는 요소다. 회사는 또 이사회 역량 현황표인 BSM을 도입해 개별 이사의 전문 분야와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략·재무·기술·ESG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이사회 차원의 의사결정 품질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게임·IT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스크리닝이 강화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ESG 등급을 포트폴리오 편입 기준으로 삼거나, 환경과 인권 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대해 투자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가동 중이다. 중국과 일본의 주요 게임사들도 탄소 정보 공개와 데이터 보호 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스코프 3 전면 공개와 CBPR 등 국제 인증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연속된 A등급 평가는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 비재무 경쟁력 어필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국내 정책 환경 역시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계적으로 상장사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예고한 바 있으며, 환경부와 금융위원회는 탄소 배출 및 기후 리스크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도 국내 법제는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연동되는 수준으로 강화되는 추세로,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의 데이터 거버넌스 역량이 규제 리스크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선제적 대응은 향후 제도 변화 시 추가 비용과 혼선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현주 엔씨소프트 ESG 경영실장은 지속가능경영을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한 핵심 가치로 규정하며 글로벌 수준의 ESG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환경 데이터 정밀 공개, 글로벌 보안 인증, 이사회 다양성 확보를 두 축으로 하는 엔씨소프트의 전략이 게임 산업 전반의 ESG 수준을 끌어올리는 레퍼런스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실제 투자와 이용자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ESG가 한국 게임사의 장기 성장 전략에 얼마나 깊게 자리 잡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