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승리의 주인공”…김제덕, 세계선수권 첫 개인전 입상→동메달 감동
자신에게 보내진 수많은 기대와 응원, 그 무게를 어깨로 버텨낸 김제덕의 모습이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더욱 또렷하게 빛났다. 뜨거운 햇살 아래 관중의 숨죽인 시선, 마테오 보르사니와 총 다섯 세트를 주고받는 치열함 속에서 김제덕은 흔들림 없이 마지막 화살에 집중했다. 29점을 쏘아 올린 순간 좌중은 하나가 돼 박수를 보냈고, 김제덕은 살아 있는 감동의 주인공이 됐다.
김제덕은 11일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남자 리커브 개인전 3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테오 보르사니를 7-3(29-29 30-29 28-27 28-30 29-28)으로 꺾으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메달은 개인전 첫 세계선수권 메달이자, 국제 메이저 무대에서의 새로운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미 준결승에서는 스페인의 안드레 테미뇨에게 4-6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으나, 김제덕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동메달 결정전에 올라 강인한 정신력을 다시금 증명했다. 8강전과 16강전에서는 각각 대만, 일본 선수를 안정적으로 물리치며 이번 대회 내내 가뿐한 화살 시위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그간 김제덕은 단체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까지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으며 팀의 중심을 맡아왔다. 하지만 개인 무대에서의 메달은 언제나 간절한 목표였다. 이번 결과로 개인전 시상대라는 염원을 이뤄내며, 본인의 한계를 스스로 넘어섰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리커브 대표팀의 김우진, 이우석이 차례로 탈락하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김제덕은 흔들림 없이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 혼성전 은메달, 여자 단체 동메달, 그리고 김제덕의 개인전 동메달까지 총 4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최용희가 올린 동메달까지 합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메달을 기록하게 됐다.
김제덕의 화살을 따라, 관객과 선수 모두가 숨을 고르던 5·18 민주광장의 햇살은 어느새 격려와 희망의 의미로 바뀌었다. 김제덕이 써 내려간 동메달의 서사엔 먼 길을 돌아 다시 시위에 손을 얹는 이들의 희망이 담겼다. 이번 대회의 현장감과 감동은 오랜 시간 팬들의 마음에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