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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폐암 재발 위험도 예측”…삼성서울병원, 맞춤 치료 길 연다
IT/바이오

“AI가 폐암 재발 위험도 예측”…삼성서울병원, 맞춤 치료 길 연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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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암 환자의 재발 위험 예측을 정밀화하며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레이더 케어’ AI 모델은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년 내 재발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해, 개별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 설계의 새로운 근거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기존 병기 중심 예후 예측의 한계를 보완할 ‘정밀의료 실전 도입’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 교수와 혈액종양내과 정현애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치료받은 1만4177명의 임상, 병리, 영상 검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년 내 재발 가능성을 AI로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 ‘레이더 케어’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조기 폐암 환자도 병기 구분에 따라 일괄적으로 추적관리를 받았으나, 이 모델은 수술 직후부터 각 환자의 임상·병리 특성, CT(컴퓨터 단층 촬영) 등 다중 데이터를 트랜스포머 기반 AI로 처리해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레이더 케어는 수술 시 입력 정보만으로 예측 성능 지표(AUC) 0.823을 기록한 데 이어, 추적 검사 결과를 추가하면 0.854까지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를 0.3 점 이하 저위험군, 0.3~0.6 점 중간위험군, 0.6 점 초과 고위험군으로 구분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적용 시 고위험군의 1년 내 재발률이 10%로, 중간위험군 5%, 저위험군 1%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특히 동일한 병기(BTNM 기준)라도 레이더 점수가 높으면 재발률이 더 높고, 반대로 낮을 경우 3기 환자보다도 낮은 재발 가능성을 보였다. 병기와 무관하게 AI 점수가 예후 예측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병기 구분 단일 기준의 약점을 극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실제 3기 고위험군이 저위험군 1기 환자보다 약 1.84배 높은 재발 및 사망 위험을 보여, 정밀 분류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글로벌 병원과 비교해 환자 임상 정보, 병리 데이터, CT 영상 등 복합 입력 데이터를 한꺼번에 적용한 AI 기반 위험 예측 모델은 아직 드물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 NHS 등에서도 일부 유전체 기반 예후 예측 연구가 진행 중이나, 임상 현장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임상환경에 최적화한 삼성서울병원의 시도에 업계가 주목하는 배경이다.

 

정밀의료 확대에 따른 데이터 활용 윤리와 안전성, AI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 등도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 모두 AI 예측 모델에 대한 임상 검증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SaMD) 인허가가 중요 쟁점으로, 식약처를 중심으로 관련 평가 체계가 정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암 환자의 맞춤 치료 설계에 AI 예측 기술이 실제 도입되는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현애 교수는 “레이더 케어는 병기 분류 한계를 극복했고, 환자마다 최적의 치료 시점과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AI 모델이 국내 정밀의료 시장 확장의 기폭제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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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레이더케어#비소세포폐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