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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엑시노스2600”…삼성, 애플식 실리콘 승부수로 반도체 재도약 노린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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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의 방향타를 다시 자체 칩으로 돌리고 있다. 내년 초 공개가 예상되는 갤럭시 S26 시리즈, 특히 최상위 모델 갤럭시 S26 울트라에 2나노미터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다. 수년간 퀄컴 스냅드래곤이 사실상 독점해온 울트라 라인에 엑시노스가 복귀하면, 삼성은 애플처럼 기기 전용 칩을 앞세운 ‘커스텀 실리콘’ 전략을 본격화하는 구도를 갖추게 된다. 업계는 이를 반도체 사업 재도약과 갤럭시 생태계 재정비를 동시에 노리는 승부수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 2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2600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직전 세대 갤럭시 S25 시리즈가 전 모델에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칩셋을 채택한 것과 달리, 다시 자체 개발 칩 활용 비중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엑시노스가 울트라 모델에 올라가는 것은 2022년 출시된 갤럭시 S22 울트라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유럽 시장용 모델에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것을 끝으로, 갤럭시 S23 시리즈 전 라인은 스냅드래곤8 2세대로 통일됐다. 이후 갤럭시 S24 일반·플러스에 엑시노스 2400이 한국 등 일부 시장에 한해 다시 도입됐지만, 최상위 울트라는 계속 스냅드래곤 전용 구도를 유지해왔다.  

 

새로 준비 중인 엑시노스 2600은 2나노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돼,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에서 현 세대 스냅드래곤을 상회하는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칩이 삼성 파운드리의 미세 공정 기술력 회복을 상징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3나노에서 겪었던 수율·성능 논란을 털어내고, 2나노 세대에서 다시 TSMC와 경쟁 구도를 복원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엑시노스 재도입은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퀄컴 칩 의존도를 줄이면 단말기 원가에서 비메모리 칩 비중을 낮추고, 제품별 가격·스펙 구성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여지가 생긴다. 다만 삼성의 목표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애플이 A·M 시리즈로 구축한 것과 유사한 ‘고유의 컴퓨팅 영역’을 갤럭시 생태계 안에 만들어내는 데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 커스텀 SoC 개발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퀄컴 범용 칩을 가져다 쓰는 방식을 넘어, 갤럭시 폰·태블릿·웨어러블 등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전용 칩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갤럭시 카메라용 이미지 신호 처리, 저전력 인공지능 연산, 온디바이스 보안 모듈 같은 기능을 SoC 단계에서부터 원 UI와 맞물리도록 설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애플의 행보는 삼성에게 명확한 비교 기준이 된다.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 1세대와 아이폰4에 A4 칩을 탑재하며 자체 설계 칩 전략을 시작했다. 이후 아이폰·아이패드용 A시리즈, 맥과 아이패드용 M시리즈, 애플워치용 S시리즈, 에어팟용 W와 H시리즈, 비전 프로용 R시리즈까지 기기별 전용 실리콘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들 칩은 iOS, 맥OS 등 애플 소프트웨어와 맞물려 그래픽, 배터리 효율, 머신러닝 처리 성능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삼성도 갤럭시 라인업 전반에서 유사한 통합을 구현하기 위해 커스텀 SoC 전략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다만 결정적 차이는 운영체제다. 애플은 iOS와 맥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스택 전체를 통제하는 폐쇄형 생태계를 운영하는 반면, 삼성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그 위에 자체 사용자 환경인 원 UI를 얹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직접 설계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안드로이드라는 공용 플랫폼 위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제약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애플 수준의 시너지를 내려면 독자 운영체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완전히 새로운 OS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따라서 당분간 삼성의 전략은 안드로이드 기반을 유지하되, 엑시노스와 원 UI의 결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AI 연산을 칩의 NPU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스케줄링을 조정하거나, 화면 주사율과 코어 클럭을 원 UI 차원에서 세밀하게 제어해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최적화 방식이 거론된다. 엑시노스 2600이 이러한 설계 철학을 반영한 첫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시장 효과도 주목된다. 커스텀 칩과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제대로 맞물릴 경우, 갤럭시 플래그십은 고성능과 저전력이라는 두 방향에서 체감 성능 개선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실시간 고해상도 촬영, 모바일 게이밍 같은 고부하 작업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 파운드리는 TSMC와의 2나노 수주 경쟁에서도 전략 고객사로서 삼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공정·수율 개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칩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안드로이드 공용 기능이나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거나, 타사 기기와의 호환성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엑시노스 기반 최적화를 선택할지, 기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과 자유도를 중시할지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삼성은 엑시노스 2600 양산과 커스텀 SoC 개발이라는 두 축을 통해 갤럭시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조화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애플이 자체 칩과 운영체제를 축으로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한 만큼, 삼성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엮는 방식을 얼마나 세밀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향후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산업계는 엑시노스 2600을 앞세운 이번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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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갤럭시s26울트라#엑시노스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