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범운영도 없이 밀어붙인 AI디지털교과서"…감사원, 윤석열 정부 준비 부족 지적

박다해 기자
입력

정책 추진 속도전과 교육 현장의 우려가 맞붙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이 준비 부족과 절차 미비로 얼룩졌다는 감사원이 지적을 내놓으면서 교육정책 전반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17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을 점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부가 시범운영이나 의견수렴 없이 사업을 추진해 현장 활용이 극히 저조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3년 1월 당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시에 따라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정부는 AIDT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그러나 의무 도입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사 등의 반발과 국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1월 학교가 도입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방향을 수정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국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AIDT의 법적 지위를 기존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의결됐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AIDT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전 여러 차례 간담회, 협의회, 토론회, 워크숍을 열었지만 정작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직접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는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책 이해관계자의 공론화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판단이다.  

 

또 감사원은 교육부가 일정상 시간 부족을 이유로 시범운영을 생략했다고 밝혔다. AIDT를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고 결과를 토대로 기능을 보완하는 현장적합성 검토도 개발 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절차적 미비는 곧 현장 활용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감사원이 올해 AIDT를 자율적으로 선정한 학교의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해당 디지털교과서에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 비율이 평균 60%에 달했다.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한 평균 활용률도 8.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 발행사에 대한 준비 지원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학습데이터 호환과 시스템 연계를 위해 교육부가 기술규격문서 등 개발 기준을 미리 제시했어야 함에도 뒤늦게 제공해 발행사들의 개발 일정 차질과 품질 저하를 불러왔다고 판단했다.  

 

재정 부담 배분 방식을 둘러싼 조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AIDT 구독료를 시·도교육청 보통교부금으로 부담시키는 방안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진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교육부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도입할 때는 시범운영을 통해 효과성과 안정성을 우선 검증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해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기술 기준을 선제적으로 확립해 교과서 발행사들이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수행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정책 추진 방식과 거버넌스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AIDT 추진 경과와 예산 구조를 점검하고, 교육부에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다해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감사원#교육부#ai디지털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