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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 선지원 합의”…이재명 정부,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마중물’ 띄웠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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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과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이전 추진 의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1조원 규모 지원 방안을 두고 중앙정부와 광주시, 전라남도, 무안군 사이의 신뢰 공백이 핵심이었지만, 정부가 3천억원 국비 선지원을 약속하면서 정국의 새 변곡점이 포착됐다.

 

23일 광주시와 전라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통령실과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남도 무안군이 참여한 4자 사전 협의에서 광주 군공항의 무안군 이전에 따른 1조원 지원 방안 이행 담보를 놓고 구체 논의가 진행됐다. 이 협의에서 이전 지원 재원 구성과 신뢰 확보 장치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논의 결과 1조원 지원 규모 가운데 3천억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1천500억원은 광주시가 책임지며, 나머지 약 5천500억원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충당하는 큰 틀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가 군공항 이전이 완료되기 전에 3천억원을 무안군에 선지원하기로 한 점이 핵심 합의 내용으로 부각됐다.

 

정부의 선지원 결정은 무안군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무안군은 그동안 1조원 지원 약속의 실질적 이행 담보 방안을 제시해 달라며 대통령실과 광주시를 압박해 왔다. 재원 조달 구조와 집행 방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군공항 이전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김산 무안군수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광주·전남 타운홀미팅에서 과거 민간공항 이전 협약 파기 사례를 거론하며 "민간공항 이전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한 경험이 있어 광주시의 기부대양여 방식과 1조원 추가 지원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는 당시 약속 불이행 경험이 지역 여론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무안군 요구를 의식하며 신뢰 확보 방안을 직접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시의 추가 지원을 담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무안군이 기부대양여 사업의 직접 사업자로 참여해 금고 관리를 맡으면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원 관리 구조를 무안군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무안군은 이후에도 광주 군공항 이전 태스크포스 참여를 위한 3대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로 1조원 규모 ‘공개 지원 약속의 실제 이행방안 제시’를 고수했다. 제도적·재정적 장치를 명시적으로 확보하지 않고서는 이전 논의에 본격 참여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 19일 열린 4자 회담에서도 김산 군수는 다시 한 번 정부를 향해 "1조원 지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선지원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측은 국비 지원액을 3천억원으로 확정하고, 각종 공모사업 등을 활용해 사전 지원 방식으로 집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선정하되, 무안군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발전 사업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3천억원 선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광주 군공항의 무안 이전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무안군은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발전 사업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 연계 산업단지, 교통 인프라 확충, 정주 여건 개선 사업 등이 초기 패키지로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역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광주시의 선 양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안군은 그동안 광주 민간공항을 먼저 이전한 뒤 군공항 이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민간공항 이전이 지연될 경우 군공항 이전 역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점에 맞춰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먼저 이전하겠다는 안을 수용해 협상에 물꼬를 텄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은 2027년 개통이 예정돼 있으며, 개통 시 무안국제공항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는 해당 시점을 민간공항 이전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맞교환을 제안한 셈이다.

 

이로써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핵심 쟁점 가운데 무안군의 신뢰 확보 문제와 민간공항 선이전 요구가 상당 부분 정리되면서, 나머지 전제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무안군이 요구해 온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에서 제시될지가 향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제 혜택, SOC 확충, 군 관련 배후산업 유치 등 패키지 지원이 거론되지만, 재정 여건과 정치적 파장 등을 둘러싼 정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대통령실과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무안군은 12월 중 광주 군공항 이전 태스크포스를 첫 가동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르면 연내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합의 도출을 목표로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지역 사회는 정부의 3천억원 선지원 약속을 계기로 난항을 겪어온 군공항 이전 논의가 속도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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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광주군공항#무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