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혼재된 고용 신호에도 금리 인하 기대”…미국, 9월 고용 반등에 연준 완화 전망 확대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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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워싱턴 D.C.에서 9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실업률 상승과 과거 수치 대폭 하향 조정이 겹치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와 완화 기대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1만9천명 증가했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오전 발표된 이 수치는 지난 4월 15만8천명 이후 5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만명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부문별로는 의료 부문이 4만3천명 늘어 전체 고용 확대를 주도했다.

미국 9월 비농업 고용 11만9천명 증가…실업률 4.4%로↑·12월 금리인하 기대 강화
미국 9월 비농업 고용 11만9천명 증가…실업률 4.4%로↑·12월 금리인하 기대 강화

다만 7∼8월 고용이 일제히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흐름에 대한 평가는 복잡해졌다. 노동부는 두 달 합산 고용 증가분을 3만3천명 낮춰 수정했다. 7월 비농업 고용 증가는 7만9천명에서 7만2천명으로 7천명 줄었고, 8월 수치는 2만2천명 증가에서 4천명 감소로 뒤집히며 2만6천명 하향 조정됐다. 월가에서는 이미 지난 5월 이후 고용지표가 빠른 속도로 둔화된 점을 근거로 노동시장 약세를 우려해 왔으나, 9월 수치가 10만명대 증가로 반등하면서 급격한 위축에 대한 공포는 일부 완화됐다.

 

실업률과 임금, 경제활동참가율 데이터는 노동시장이 정점을 지나 완만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9월 실업률은 4.4%로 8월 4.3%에서 0.1%포인트 상승했으며, 전문가 전망치 4.3%를 상회했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2% 오르며 시장 예상보다 다소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 증가해 컨센서스 3.7%를 소폭 웃돌았다. 같은 달 경제활동참가율은 62.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고용보고서는 원래 10월 3일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10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공공 부문 기능이 일부 정지되면서 공개가 한 달 넘게 지연됐다. 셧다운 기간 동안 통계 집계와 검증이 늦어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공화·민주 간 예산 갈등이 경제 운영 리스크 요인으로 다시 부각된 상황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여 온 대중·대세계 관세정책도 고용 전망을 짓누르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확대가 기업 비용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향후 투자와 고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제조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가 이어질 경우, 지금의 완만한 고용 증가세가 내년에는 더 뚜렷한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같은 수치는 금융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9월 고용 증가 폭 확대에도 실업률 상승과 임금 상승률 둔화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노동시장을 ‘과열에서 점진적 냉각 국면’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이를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근거로 해석하며, 통화정책 경로 기대를 조정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미 비둘기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완화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은 최근 발언에서 고용시장 약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9월 고용보고서가 노동시장 열기가 식고 있음을 시사한 만큼, 이들 주장이 FOMC 논의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증시 개장 직후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 9∼10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2%로 반영했다. 전날 30%에서 12%포인트나 뛴 것으로, 9월 고용지표 발표가 연말 금리 인하 기대를 한층 키운 셈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 변화는 채권시장에도 곧바로 번졌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집계에 따르면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뉴욕증시 개장 직후 3.56%를 기록해 전장 대비 3bp(0.03%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글로벌 매체들도 미국 노동시장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9월 고용지표를 두고 “성장은 유지되지만 열기는 빠지는 국면”이라고 평가하며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 대신 점진적인 완화 경로를 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실업률 상승과 과거 수치 하향 조정에 초점을 맞추며 “표면상 긍정적인 고용 증가 뒤편에 쌓여온 둔화 신호가 드러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과열 구간을 지나 연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정책·정치 변수에 따라 경기 흐름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과 의회의 예산 갈등,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완화 기조가 예상보다 빠르게 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연준이 실제로 1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아니면 추가 데이터 확인 후 내년 초로 결정을 미룰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발표될 10∼11월 고용·물가 지표가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노동시장 흐름과 연말 FOMC의 결정이 세계 경기와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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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9월고용#연방준비제도#기준금리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