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 한증 속 도심 자연”…대구 여름, 피서 명소로 숨통 트인다
요즘 대구 도심에서 더위를 피해 잠시 숨을 고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단순한 ‘피서’로만 여겨졌던 도심 나들이가, 이제는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되고 있다.
대구는 31일 오후, 기온 36도에 체감온도 33.9도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열기와 건조함이 이어지는 여름, SNS와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오늘은 어디서 더위를 식혀볼까” 고민하는 글이 넘쳐난다. 30대 직장인 김미영 씨는 “에어컨을 틀고 집에만 있기엔 아쉽고 갑갑해서, 꽃길 산책도 하고 물멍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낮 시간 도심 곳곳에서는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폭포나 오래된 골목의 그늘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느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통계 속에서도 확인된다. 대구관광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실내·외 자연 명소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특히 더위가 몰아치는 오후에는 진골목과 수성유원지, 저녁이면 앞산해넘이전망대 방문이 크게 늘었다. 어르신부터 어린이, 가족 단위 나들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대구의 여름을 새롭게 즐기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흐름을 ‘도심 속 리프레시’라 부른다.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한연우 교수는 “팬데믹 이후 가까운 자연이나 도심형 실내 명소를 찾는 것이 일종의 자기돌봄으로 자리잡았다”며 “잠깐의 산책이나 전망대의 바람 한 자락이 삶의 스트레스를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대구 시민들의 일상 속 반응도 흥미롭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아이와 대구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 보며 더위를 잊었다”고 전했고, 한 청년은 “수성유원지 연못에서 야경 감상하며 기분까지 서늘해졌다”고 전했다. “능소화폭포 앞 나무 그늘에서 찬바람 맞으며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인증 사진도 SNS를 달구고 있다.
작고 소박한 일탈이지만, 그 안에서 여름의 피로를 녹이는 노력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능소화꽃 향기 속에서, 또 누군가는 아쿠아리움 수조 옆 맑은 물결에서, 앞산 전망대의 저녁 바람 속에서 미뤄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대구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하지만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명소들이 삶의 리듬을 잠깐씩 쉬어가게 해주는 순간들을 만들어주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계절을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마주할 것인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