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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절차가 미로 수준"…쿠팡, 다크패턴 논란 확산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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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3400만명 개인정보 유출 파문 이후 로켓와우 유료 멤버십 해지를 시도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복잡한 탈퇴 동선과 반복적인 만류 화면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지 버튼이 잘 보이지 않거나, 여러 차례 재확인을 요구하는 화면 설계 때문에 의도적으로 해지를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계를 전형적인 다크패턴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부터 시행하는 온라인 인터페이스 자율규약이 실제 견제 장치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일 주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켓와우 해지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용자들은 해지 방법을 찾기 위해 별도 검색을 해야 했다는 점, 탈퇴 관련 메뉴의 시각적 강조가 약해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결제나 가입은 몇 단계 안에 끝나지만, 해지 과정에서는 여러 단계의 경고와 확인을 거쳐야 하는 구조 자체가 비대칭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실제 해지 절차의 단계 수다. 사용자가 어렵게 찾은 유료 멤버십 해지하기 버튼을 눌러도, 이후 7~8단계에 걸쳐 로켓와우 배송 혜택, 쿠팡이츠 할인, 쿠팡플레이 콘텐츠 등 각종 혜택 안내 화면이 연속해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해지 대신 일시중지, 멤버십 유지, 상위 서비스 업그레이드 선택지를 강조하는 화면 구성이 반복된다. 마지막에는 와우 전용 쿠폰 포기하기와 같은 감정적 문구가 포함된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해지가 완료된다.  

 

이 같은 설계 방식은 국제적으로 다크패턴으로 분류되는 유형과 맞닿아 있다. 다크패턴은 온라인 서비스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의도적으로 설계해, 이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만들거나 해지와 탈퇴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기법을 말한다. 특히 해지 의사를 이미 표현한 이용자에게 일시중지나 업그레이드 옵션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거나, 혜택 포기하기처럼 심리적 부담을 주는 표현을 버튼에 사용하는 행태가 핵심 사례로 지적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디지털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에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중장년층 혹은 부모 세대가 스스로 탈퇴를 완료했는지 자녀가 확인해야 했다는 경험담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50대 부모가 해지를 하지 못해 자녀가 대신 처리했다거나, 가족 계정마다 일일이 로그인해 탈퇴를 진행했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보이스피싱, 스미싱 피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해지조차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 구조는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관점에서 심각한 리스크로 지목된다.  

 

플랫폼 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자들이 가입 전환율과 유료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UI와 UX를 세밀하게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해지 절차를 상대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대형 사고 이후 탈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설계 관행은 소비자의 신뢰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공정위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마련한 온라인 인터페이스 운영에 관한 자율규약 제정안을 1일부로 승인·시행했다. 이 자율규약에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눈에 잘 띄지 않게 숨기거나, 해지·탈퇴 경로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 특정 선택지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디자인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원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패턴 규제는 해외에서도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독 기반 서비스의 해지 버튼을 가입과 동등하거나 더 쉽게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이 논의되고 있고, 일부 국가는 자동 결제 갱신 시 명확한 사전 고지와 간편한 해지 수단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상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 관련 지침 개정을 통해 유사한 수준의 소비자 보호 장치를 도입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쿠팡 사례처럼 개인정보 유출과 복잡한 해지 구조가 맞물릴 경우, 단일 기업 이슈를 넘어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인터페이스 설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사전 컨설팅 체계를 병행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IT·커머스 업계는 공정위 자율규약이 실제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구속력을 가질지, 그리고 소비자 불만이 집중된 해지·탈퇴 절차 개선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 설계에서 사용자 편의와 투명성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경우,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셈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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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로켓와우#다크패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