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보톡스·필러 가품 단속 강화”…메디톡스, 태국 소송 승소로 정품 방어

전민준 기자
입력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미용의료 시장에서 가품 단속과 브랜드 보호가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태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가품을 유통한 브로커 3명에게 실형이 확정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 지식재산권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고가 미용의료 제품을 노린 위조·불법 유통이 구조적 위험으로 커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동남아 지역 규제 강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메디톡스는 태국에서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의 가품을 유통한 현지 브로커들이 적발돼 징역형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고 9일 밝혔다. 태국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불법 유통과 상표권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3명에 대해 징역 3년 7개월 10일에서 2년 7개월 10일 사이의 실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최종 확정했다. 가품을 취급한 불법 유통업체에는 별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메디톡스는 2010년대 중반 태국 시장에 진출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뉴로녹스와 필러 뉴라미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했다. 회사에 따르면 메디톡신 계열 제품과 뉴라미스가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프리미엄 미용의료 브랜드로 자리 잡자, 이를 겨냥한 가품이 유통망 주변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용 클리닉과 비공식 시술 시장을 중심으로 정품을 사칭한 저가 가품이 확산되면서, 환자 안전과 브랜드 신뢰 훼손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태국 특별수사국은 2019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필러를 포함한 미용의료 제품 가품 단속을 본격화했다. 메디톡스는 현지 합작법인 메디셀레스와 함께 수사 과정에 협력하고, 가품 유통 브로커와 불법 유통업체를 상대로 현지 법원에 상표권 침해와 불법 유통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은 수사 착수 이후 수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의 종지부로, 한국 바이오 기업이 동남아 시장에서 상표권과 제품 신뢰도를 적극 방어한 사례로 평가된다.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는 모두 생체에 직접 주입되는 시술용 제품인 만큼, 가품 사용 시 부작용 위험이 크다. 정제 과정과 독소 함량, 필러 입자 균질성 등 품질 관리 수준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데, 비공식 제조·유통된 가품은 냉장 조건 유지나 성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얼굴 마비, 염증, 알레르기 반응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자뿐 아니라 제품 상표를 보유한 정품 기업의 평판에도 치명적이라는 점을 우려해 왔다.

 

이번 판결은 태국 내 미용의료 시장을 둘러싼 규제 환경에도 메시지를 던진다. 동남아는 피부과·성형외과 관광 수요로 톡신과 필러 사용량이 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비공식 시술 시장과 온라인 거래를 통해 미허가 제품이 유입되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 태국 사법당국이 실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확정한 것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를 고위험 의료제품으로 보고 유통 단계 전반에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메디톡스는 유통 관리와 진품 인증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외 유통 제품에는 위변조 방지용 홀로그램 스티커와 고유 시리얼 넘버가 부착돼 정품 여부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병원과 뷰티 클리닉, 에스테틱 숍 등 공급망에서 공식 파트너를 통해 공급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한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태국 사건이 현지에서 명품으로 자리 잡은 메디톡스 제품 인지도를 악용한 사례라며 국내에서는 정품만 유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가품 이슈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미승인 톡신 유통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고, 중국과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정품 상표를 모방한 병과 포장을 활용한 위조 제품이 문제로 떠올랐다. 업계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모조품 생산 유인이 크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회색지대 유통망에 접근할 유혹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국내 기업들은 특허와 상표권 확보를 넘어, 디지털 기반 정품 인증 시스템과 공급망 추적 기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폭을 넓히는 추세다. QR 코드와 블록체인 기반 이력 추적 등 IT 기술을 접목해 유통 단계마다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진품 인증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메디톡스의 태국 승소 사례는 향후 다른 신흥국 시장에서 이 같은 정품 인증 인프라 확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시장이 성장할수록 가품 리스크 역시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조사와 유통사뿐 아니라 규제기관과 의료진,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인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미용의료 업계 관계자는 이번 태국 판결을 계기로 동남아를 포함한 신흥국에서 미용의료 제품 유통 규제가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며, 산업계는 기술 경쟁만큼 브랜드 보호와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판결 효과가 실제 시장에서 가품 유통 감소와 환자 안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메디톡스#메디톡신#뉴라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