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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재편과 전환지원금”…기후부, 내연차 정조준→시장 구조 변화 시험대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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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을 통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를 제시했다. 출고 후 3년 이상 된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매각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만원을 더 주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하고, 중대형 전기승용차에 대해서는 국고 기준 최소 580만원 수준의 보조금 단가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국면을 벗어나 주류 진입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정부는 보조금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구조를 재설계해 내연차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승용차 국고 보조금은 차 가격과 성능, 배터리 기술, 제조사 책임 체계 등을 종합 반영해 산정된다. 차값이 5천300만원 미만인 모델에는 국고 보조금 100%가, 5천300만원 이상 8천500만원 미만에는 50%가 지급되며, 8천500만원을 넘는 고가 차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국고 기준 중·대형 전기승용차의 최대 보조금은 580만원, 소형 이하는 53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매년 보조금 단가를 축소해왔으나 2023∼2024년 캐즘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보급세가 꺾이지 않도록 올해는 단가를 유지했다. 서영태 기후부 녹색전환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전기차가 신차 시장의 주류가 되기 전까지 일정 수준의 보조금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증액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신차 중 무공해차 비중 40%’ 목표가 전기차 보급의 명확한 중기 지점으로 제시됐다.  

전기차 보조금 재편과 전환지원금
전기차 보조금 재편과 전환지원금

새롭게 도입되는 전환지원금은 내연차 보유자에게 전기차 전환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장치다. 출고 후 3년 이상 된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매각하고 전기승용차를 구매하면, 받을 국고 보조금이 500만원을 초과할 경우 100만원, 그 미만일 경우에는 보조금 규모에 비례해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다만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부부, 부모와 자식 등 직계존비속 사이의 거래에는 전환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삼촌·이모·고모와 조카 등 방계 가족 간 거래에는 지원이 가능해 가족 간 차량 이전을 통한 보조금 ‘우회 수급’ 여지가 남아 있어서다. 기후부는 부부와 직계존비속 밖의 관계를 행정적으로 모두 확인할 경우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확인이 용이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전환지원금이 폐차뿐 아니라 매각에도 적용되는 구조 역시 논쟁의 대상이다. 내연차를 폐차하지 않고 중고시장에 재유통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전체 차량 대수만 늘어나고 내연차 감축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 승용차 평균 수명이 15년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3년 남짓 된 내연차를 사실상 ‘신차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강해, 정책이 아직 수명이 충분한 내연차를 조기에 교체하도록 유인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국내 전체 차량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전기차 구매자가 보유하던 내연차가 중고로 이전될 경우 향후 내연차 신차 판매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내연차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체계의 또 다른 축은 위험 관리와 소비자 보호 강화다. 정부는 2023년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제조물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를 운영해왔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를 ‘무공해차 안심 보험’으로 전환한다. 무공해차 안심 보험은 전기차가 주차 또는 충전 중 화재를 일으켜 제3자의 재산에 피해를 줄 경우 기존 자동차보험 등에서 보상하는 한도를 넘어서는 구간을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전기차 화재 사고의 약 29.9%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결함 입증 책임에 기반한 제조물책임보험만으로는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기후부는 고의·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 보상을 우선하는 ‘무과실 책임 원리’에 가까운 장치를 도입해 보조금 수혜 차량의 사회적 수용성과 안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무공해차 안심 보험의 보장 기간이 신차 출고 후 3년에 한정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5년부터 제조물책임보험과 별도로, 출고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전기차가 화재로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100억원을 보상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민간 업체가 정책보다 긴 보장 기간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정부 보험 요건이 최소 기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산업계에서 제기된다. 정책 설계 상의 재정 부담과 보험 상품 구조, 손해율 예측 등 복합 변수로 인해 보장 기간 확대가 쉽게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전기차의 실제 사용 연한과 배터리 수명 주기를 고려할 때 향후 제도 보완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술 측면에서의 차별화도 한층 강화된다. 올해 전기승용차 보조금 산정 요소 가운데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배터리 성능에 따른 차등 폭이 넓어졌다. 2025년까지는 리터당 500Wh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 기반 성능 보조금과 배터리 안전 보조금을 100% 수령할 수 있었으나, 2026년부터는 525Wh를 초과해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는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계 전기차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보조금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는 안전성과 주행거리 모두에서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채택을 유도하면서, 저가 수입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무조건적인 보조금으로 뒷받침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로 해석된다.  

 

혁신 기술 인센티브에 대한 조정도 이뤄졌다.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V2L 기능에 대해서는 보조금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축소됐고, 대신 충전 커넥터를 꽂는 것만으로 사용자 인증과 요금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자동요금부과, 이른바 PnC 기능을 갖춘 차량에는 10만원의 혁신기술 보조금이 새로 지급된다. 정부가 확산을 추진 중인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와의 연동을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 정보, 즉 SoC를 실시간 제공해 과충전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기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제조사에 요구된다. 기후부에 따르면 테슬라는 관련 업데이트를 이미 마쳤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계 완성차 업체들 역시 2026년 상반기 내 업데이트 완료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제조사가 6월까지 SoC 실시간 제공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면 해당 모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중단된다.  

 

정부는 2027년 이후의 전기차 생태계 방향성도 이번 개편안에 간접적으로 담았다. 전기차를 이동식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양방향 충·방전, 이른바 V2G 기능이 탑재된 차량에 대해 10만원의 별도 보조금을 예고했고, 고속충전 성능에 부여되는 30만원 인센티브의 기준 출력도 2027년부터 50kW씩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충전 인프라와 전력 계통 운영,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까지 고려한 설계로, 전기차를 단순 수송수단이 아닌 분산형 전원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중장기 전략이 읽힌다. 전기차 보조금이 가격 지원을 넘어 기술 방향과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정책 도구로 진화하는 셈이다.  

 

결국 2026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내연차 조기 전환을 유도하는 전환지원금, 고위험 구간을 보완하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 배터리 밀도와 혁신 기술에 따른 차등 지급 구조를 통해 시장의 질적 전환을 꾀하는 시도로 요약된다. 다만 가족 간 거래 허점과 매각 시 차량 대수 증가 우려, 3년에 그친 보험 보장 기간 등은 향후 정책 보완이 필요한 대목으로 남았다. 내연차와 전기차의 교차점에서 소비자 선택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그리고 보조금 구조가 가격 왜곡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 혁신과 안전을 촉진할 수 있을지에 따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궤적과 산업 경쟁력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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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전기차보조금#무공해차안심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