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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도 데이터다”…스타벅스, 리셀 열풍이 보여준 플랫폼 파급력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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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 열풍이 카페 한정판 굿즈를 디지털 자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활 밀착형 브랜드 굿즈 거래가 대부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지며,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통해 수요 예측과 가격 형성 구조를 웬만한 IT 커머스만큼 정교하게 읽어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카페·프랜차이즈 굿즈 시장이 더 이상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리셀 생태계가 맞물린 새로운 정보기술 기반 상거래 영역으로 확장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29일 재출시한 베어리스타 콜드컵, 이른바 곰돌이컵은 출시 당일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가격이 급등하며 리셀 열풍을 재점화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전국 매장에서 동시 판매를 시작한 한정판 굿즈로, 2023년 가을에도 준비 물량이 완판될 정도로 수요를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판매량과 시간대, 구매 패턴 등은 매장 POS와 앱, 멤버십 데이터를 통해 축적됐다.

재출시 직후 시장 반응은 곧바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치로 드러났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29일 하루에만 베어리스타 콜드컵 판매 게시글이 수십 건 이상 연달아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오늘 픽업한 신상, 오픈런 구매, 줄이 길어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붙었고, 이는 리셀 의도가 있는 초기 구매자들의 행동 데이터로도 해석된다. 일부 판매자는 정가 4만5000원인 제품을 12만원에 올렸고, 다수의 글에서 8만~10만원대에서 거래가 시도되며 사실상 정가의 1.5배를 상회하는 시장가격이 형성됐다.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이런 현상은 생활 소비재가 데이터화된 디지털 자산처럼 움직이는 대표 사례다. 동일한 실물 상품이라도 한정성, 화제성, 소셜 미디어 노출량이 높을수록 중고 시세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조가 중고거래 플랫폼에 그대로 기록된다. IT 업계에서는 이 과정을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가격·입력 시간·조회 수·관심 등록 수 등으로 정량화하고, 유저별 탐색·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곰돌이컵 사례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북미 시장에서의 극단적인 리셀 가격 형성 경험도 있다. 베어리스타 콜드컵은 2023년 11월 북미 지역 한정판으로 출시됐을 당시 일부 매장에서 몸싸움과 새벽 시간대 경찰 출동까지 이어질 정도의 과열 양상을 보였다. 현지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정가 약 4만3000원인 제품이 최대 약 195만원까지 뛰며 고가에 거래된 바 있다. 해당 거래는 단순한 소비자 과열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 굿즈가 글로벌 차원에서 디지털 중고 플랫폼을 통한 투기성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미니어처 텀블러 키링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1일 한정판으로 출시된 키링은 대상 음료 구매 시 9000원을 추가하면 살 수 있도록 설계됐고, 구매 수량은 1인당 최대 2개로 제한됐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픈런과 품귀 현상이 반복됐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개당 4만원대까지 치솟으며 리셀 이슈가 불거졌다. 실제 구매 구조와 리셀 구조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두 개의 채널에서 분리돼 작동하면서, 오프라인은 체류시간과 방문 빈도 증가 효과를, 온라인은 이용자 수요 데이터 축적과 거래 수수료·광고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IT·커머스 입장에서는 귀중한 행동 데이터이지만,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정판 굿즈의 경우 정가와 중고 시세 사이 격차가 커질수록 실사용 목적이 아닌 전매 목적의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일반 소비자가 적정가격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거래 데이터는 이 비율을 추정하고, 특정 시점의 비정상적 가격 급등 여부를 포착할 수 있는 기반이지만, 중개자로서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범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IT 플랫폼을 통한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알고리즘 투명성과 가격 조작 방지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제한된 재고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봇 구매, 조직적인 사재기, 시세 조작형 매물 등록 등을 감시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플랫폼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생활 굿즈 영역은 명품이나 전자제품에 비해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은 분야로, 이용자 민원과 자율규제에 의존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카페·프랜차이즈 굿즈 열풍이 단기간에 사라지기보다, 브랜드 멤버십과 리셀 플랫폼이 결합한 O2O 커머스 구조 안에서 고도화될 것으로 본다. 브랜드는 매장 방문과 앱 접속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한정판 굿즈를 활용하고, 플랫폼은 굿즈 거래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추천 광고와 신규 서비스에 재활용하는 구조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에는 출시 전 검색량, 사전 예약 클릭, 과거 거래 기록을 기반으로 한정판 물량과 판매 시점을 조정하는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본격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리셀 과열로 인한 소비자 불만과 투기 논란이 반복되는 만큼, 기업과 플랫폼이 가격 안정과 이용자 보호에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한정판 굿즈를 둘러싼 디지털 거래 열풍이 단기 매출 증대를 넘어서, 데이터와 알고리즘, 플랫폼 책임이라는 IT 산업의 근본 과제와 맞닿아 있는 흐름인지 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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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베어리스타콜드컵#중고거래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