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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20대1 비율 삭제”…정청래, 민주당 1인 1표제 당무위 통과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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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의원 조직이 다시 맞붙었다. 정청래 대표가 내건 당원 주권 강화 기조가 제도 개편을 통해 구체화되는 동시에, 대의원 역할 축소 논란도 당 안팎의 파장을 키우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1인 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청래 대표가 취임 이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당원 주권 확대 방안이 당무위 관문을 지나 중앙위원회 표결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없애고, 모든 표의 가치를 동등한 1표로 맞추는 데 있다. 그동안 대의원 표에 부여됐던 높은 가중치를 사실상 해소해, 권리당원과 일반 당원의 영향력을 크게 키우는 구조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무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논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당무위 참석자들이 전원 찬성으로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당헌·당규 수정안을 내일 중앙위원회에 부의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지난달 28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개정안을 일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 숙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대의원 조직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개정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의원 제도 전면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과 동시에 대의원제 보완 방안을 논의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취약 지역 당 조직 보호를 위한 배려 조항을 개정안에 포함해, 지역 간 조직력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당 지도부는 이 과정에서 추가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했다. 지난 1일에는 1인 1표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고, 2일에는 당원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권 구조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대의원들뿐 아니라, 권리당원과 일반 당원들의 요구를 함께 반영하려는 의도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논의 방향을 미리 설명했다. 그는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와 당원 토론회에서 논의한 결과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며 "전략 지역에 대한 가중치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으로 상정, 의결한다"고 말했다. 대의원 제도를 일거에 무력화하기보다는, 전략 지역 배려와 역할 재조정이라는 완충 장치를 두겠다는 설명이다.

 

이날 당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5일 열릴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중앙위는 당헌상 최고 의결기구 가운데 하나로, 이곳에서 의결되면 차기 전당대회와 최고위원 선거부터 새로운 룰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비대면 여론과 조직표 계산이 교차하는 만큼, 최종 표결 과정에서 막판 변수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무위는 또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석이 된 최고위원직 보궐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도 의결했다. 최고위원 3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이 생긴 만큼, 조기 보선을 통해 체제를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정호 의원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고위원 보궐선거 일정과 관련해 "한 달의 공고 기간과 선관위 구성 기간을 고려하면 최고위원 보궐선거 투표일은 1월 중순 사이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 공천 구도와 맞물려, 새 최고위원 선출이 당내 계파 균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당 최고위원 사퇴는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과 직결돼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는 전현희 의원과 경기도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한준호 의원, 김병주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경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의 1인 1표제 개편과 최고위원 보선 준비는 내년 지방선거와 향후 당권 구도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앙위원회가 개정안을 확정하면, 당내 권력 구조는 대의원 중심에서 권리당원 중심으로 재편되고, 각 계파는 새 룰에 맞춘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시작된 당원 주권 확대 실험이 어떤 정치적 성과와 파장을 낳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중앙위 표결 이후 태스크포스를 통해 대의원 역할 재정립 논의를 이어가고, 내년 회기 국회 일정과 연동해 지방선거 전략도 본격적으로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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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