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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기회의 창 열렸다"…정동영, 美대사대리와 한미 공조 강조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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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재개를 둘러싼 외교적 셈법을 놓고 한국과 미국 외교 라인이 다시 맞붙었다. 내년 상반기 미중정상회담과 북한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케빈 김 신임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특히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문을 열어 갈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접견에서 내년 4월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을 거론하며 향후 몇 달이 중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서 역할과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미 당사자 간 협상 속도를 촉진하는 중재자이자 조율자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기조도 설명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양측은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북 제재와 대화 병행, 군사적 긴장 관리 등 주요 현안에서도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주한미국대사관도 이날 엑스에서 김 대사대리가 정 장관을 만나 공동의 우선순위를 논의했다며 한미동맹 주요 현안에서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대사관 측 설명에는 북미 대화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 구상과 속도 조절에 여전히 신중한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년 4월 중국 방문에 합의한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이 계기를 전후해 북미 대화 재개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협상 카드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내년 상반기에는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와 미중정상회담이 동시에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전략적 결단이 맞물리며 한반도 정세가 중대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조율이 시험대에 오르고, 제재 완화와 단계적 비핵화 조치, 체제안전 보장 등 세부 의제를 둘러싼 협의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장관은 김 대사대리를 접견하기 전 통일부가 이날 개최한 한반도 평화경제 미래비전 국제세미나 축사에서도 기존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그러한 관료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한반도 문제의 특성"이라고 말하며,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미 공조를 전제로 하되, 남북 당사자 간 합의와 실행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부는 향후 미중정상회담 준비 과정과 북한의 당대회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 채널 가동과 한미 간 정책 공조를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향후 북핵·대북정책 논의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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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케빈김#북미대화